아트테이너 시대, 조영남 대작 논란이 씁쓸한 이유는

[이현지의 컬티즘<94>] 예술을 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6.02 09:30  |  조회 3491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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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시작하는 청계광장에는 '스프링'이라는 조형물이 하나 있다. 미국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인데, 처음 봤을 때는 꽤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다슬기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나 전통한복의 옷고름에서 착안된 붉은색과 푸른색의 내부 리본이 자연과 인간의 결합을 상징하고 있다는 설명도 끼워 맞춘 듯 와 닿지가 않았다. 심지어 당시에는 개념미술에 대해 몰랐던 터라, 클래스 올덴버그라는 작가가 직접 한국에 오지도 않았고, 국내 재료로 국내 인력이 만든 조형물이 왜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름 미학을 공부한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것이 올덴버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대 미술에서, 특히 팝아트 이후 예술가가 작품에 '콘셉트'만 제공하고 실행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이 하나의 장르로 등장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아예 공장을 차려놓고 조수들에게 작품의 실행을 맡겼다. 어떤 대상을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예술가의 '솜씨'가 아니라 '개념(콘셉트)'이라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념으로 탄생한 장르다.

그렇다면 대작 의혹에 휩싸인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한 것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한 장르, 즉 개념미술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조수를 고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일견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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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개념미술 작가들이 남에게 작업을 맡길 경우, 그 부분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부분에 머물러야 한다. 전체적인 작품의 느낌이나 질을 결정하게 되는 부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영남의 작품에서는 분명히 화투를 그냥 붙였을 때와 직접 그리기 시작했을 때와는 작품 느낌 자체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작품의 금액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다. 조영남의 작품이 정확히 개념미술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두 번째,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조영남의 작품이 개념미술이라고 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조수를 써서 작업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앤디 워홀이나 글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을 다른 사람이 작업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팝아티스트임을, 개념미술을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조영남은 공공연히 그것이 자신이 그린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조영남의 작품을 고가에 산 사람들은 이들이 다른 사람이 이 작품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환불을 요구한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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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술 작품의 장르와 특징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에 위의 이유들로 그의 작품이 개념미술이 아니라고 본다면, 조수를 쓰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말 역시 해당 사항이 될 수 없다. "돈만 있으면 그림 대신 그려주는 사람 많다"라는 미술 전공자 후배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불법적인 관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최근 '아트테이너'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예술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솔비나 하정우의 작품은 고가에 거래가 되며, 빅뱅의 지드래곤은 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예술을 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이미 연예활동으로 주어진 재력과 인지도를 예술 활동의 영역에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 가수로써, 화가로써 그를 사랑해 온 대중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아트테이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 때, 조영남 대작논란이 더욱 씁쓸한 이유다.

아트테이너 시대, 조영남 대작 논란이 씁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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