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때리냐고 묻더라"…'무슬림' 알파고, 한국서 느낀 편견 토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4.09 22:32  |  조회 1340
튀르키예 출신 방송인 알파고./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튀르키예 출신 방송인 알파고./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튀르키예(터키) 출신 방송인 알파고가 한국에서 무슬림 신자임을 밝힌 뒤 느낀 편견을 토로했다.

9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에서는 개신교 김진 목사, 불교 성진 스님, 원불교 박세웅 교무, 천주교 하성용 신부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MBC에브리원 &#039;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039; 방송 화면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이날 방송에서 알파고는 "한국에 온 지 20년, 한국인으로 산 지 6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원래 튀르키예 언론사 한국 특파원이었는데, 정치적 난민처럼 됐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한국에서 쫓겨나는데, 튀르키예 들어가면 바로 체포라 여권을 연장할 수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한국인으로 살자고 결심해 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튀르키예에) 가면 안 되는 상황이라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MBC에브리원 &#039;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039; 방송 화면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알파고는 무슬림 신자라고 밝히면 무례한 말들을 듣게 된다며 여러 일화를 전했다.

그는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튀르키예'라고 답하면 '거기 무슬림 아냐? 사막 잡신 종료'라는 식으로 말한다. 애써 웃어넘기지만 편견이 엄청 담겨 있는 질문을 받는다. '거기, 사람 잡아서 참수하는 잔인한 종교 아니냐'고 한다"고 말해 탄식을 자아냈다.

그는 또 "'너는 아버지 몇 번째 부인으로부터 태어났냐' 등 더 끔찍한 질문도 많지만 방송에서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MBC에브리원 &#039;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039; 방송 화면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또한 알파고는 "최근에 와선 거의 없어졌는데 결혼한 지 6~7년 차 때 친척들이 아내에게 전화해서 '괜찮아? 알파고가 안 때리지? 가정폭력 당하면 이혼해도 괜찮아. 참고 살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개그로 승화해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느낀 건 계속 이렇게 넘어가야 하는 건지 바로 잡아야 하는 건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는 오해와 편견이 있을 때 코란의 가르침에 대해 "잘못된 걸 보면 가능하면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 고치고, 가능하지 않으면 말로 해서 고치고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인내하라고 한다. 근데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저는 포기하는 수준이 됐다. 해봤자 의미가 없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에 성진 스님은 "사실 스님들도 상당한 오해와 편견 속에 산다"며 "'스님도 모기를 잡나', '고기 먹느냐', '운동화 신느냐, 고무신 신느냐' 등을 묻는 사람이 많다"며 알파고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오해와 편견을 당장 풀지 않아도 바로 잡아야 한다. 오해와 편견에 화를 내고 싸우라는 건 아니지만 알려줘야 한다. 오해와 편견이 쌓인 이유가 오해를 풀지 않고 지나가면 그걸 계속 믿어나가서 퍼지는 거라서다"라고 조언했다.

튀르키예 쿠르드족 출신인 알파고는 한국에서 방송인, 작가, 기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에르도안 정부의 반정부 언론 탄압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껴 대한민국으로 귀화했으며, 2세 연상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