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빌리고 잠수" 친구들 배신에 '백반증'…돼지 키우니 멈췄다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04.12 10:24  |  조회 2719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화면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화면
지인들의 배신 이후 스트레스로 백반증을 앓게 된 '돼지 아빠'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630회에서는 돼지 가족과 사랑에 빠진 '돼지 아빠' 지흥선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충남 서산에 살고 있는 '돼지 아빠' 지흥선씨는 37년 경력의 주방장이었다. 아내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돼지 돌보는 일에만 집중해 아내의 빈축을 샀다.

아내는 "어느 정도는 나를 배려하고 해줬으면 좋겠다. 자기랑 살면서 나 힘든 일 많았다. 사업하다가 힘들어서 애들 두고 제주도 갔을 때 나 애들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냐"며 서운함을 털어놨다.

아내의 성화에도 지씨는 근무 시간은 물론 잘 때도 돼지들과 떨어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퇴근하자 식당 안 텐트에서 잠을 잤다. 돼지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다. 그는 돼지들에게 직접 구운 빵을 먹이고 함께 산책시키는 가 하면 식당 입구에 돼지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두는 등 남다른 돼지 사랑을 보였다.

지씨는 돼지뿐 아니라 각종 동물 사랑도 보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들어가며 맡긴 닭, 아프리카 거위, 토끼를 키웠고 유기견 출신 반려견도 키우고 있었다.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화면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화면
그가 동물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이유는 백반증 때문이었다. 그는 "예전 사업하고 힘들었을 때 스트레스가 백반증으로 오더라"고 말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시작해 수타 맛집으로 유명한 중식당을 운영하게 된 지씨는 돈을 많이 벌게 되자 건축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운영 실패로 십수억원이 부도나면서 집과 식당을 비롯한 전 재산을 잃었다. 도피 생활로 가족과도 생이별했다.

이후 가족과 재회한 뒤 제주에서 재기에 성공한 지씨는 어깨가 망가져 더 이상 수타를 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씨에게 돈을 빌린 지인들은 연락 두절이 됐다.

지씨는 "한 3, 4억 정도 빌려 갔다. 믿었던 친구들이 (돈을 빌린 다음부터는) 연락을 안 받고 연락 두절 되니까 배신감이 올라오더라. 그 스트레스로 손이 이렇게 됐다. 손하고 발, 얼굴만 그렇다"라며 스트레스로 인한 백반증을 고백했다.

그는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이유가 (백반증을) 가리려고 기른 거다. 큰 아픈 상처 중 하나가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전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돼지들을 키우게 됐다는 지씨는 "(백반증이) 굉장히 속도가 빨랐는데 어느 순간 멈췄다"고 말했다.

지씨는 "의사 선생님이 '요즘 행복하냐'고 물어서 '다른 건 모르겠고 요즘 동물하고 같이 산다'고 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교감하고 사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하더라. 그 순간 모든 행복이 느껴지고 엔도르핀이 돌았다. 애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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