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의 약 2배… 화장품 포장비의 진실

"화장품은 감성상품" 고가 브랜드 일수록 포장도 고가

머니투데이 이어서 기자  |  2012.04.12 14:23  |  조회 9546
'알맹이'의 약 2배… 화장품 포장비의 진실
화장품 제조에서 원재료보다 용기 등 포장비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제품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하다. 감성상품이라는 특성상 포장이 구매에 큰 영향을 주다보니 생겨난 현상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화장품업체가 공개한 원·부재료비용을 분석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등 주요 화장품 제조업체가 원료값의 평균 2배에 육박하는 돈을 포장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포장비, 원재료값의 2배 육박

화장품 1위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화장품부문에서 2조15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아모레퍼시픽은 원재료값(원료+부재료+상품)으로 4620억 원을 사용했다.

특히 원재료비용 중 화장품 내용물에 해당하는 원료비용으로 1313억 원을 사용했다. 반면 용기, 캡, 단상자 등 포장을 위한 부재료 비용으로는 2322억 원을 썼다. 이는 원재료 값보다 포장비에 1.8배 많은 비용을 쓴 것이다.

'알맹이'의 약 2배… 화장품 포장비의 진실
LG생활건강도 화장품의 포장비용이 원재료 비용보다 1.7배 많았다. LG생활건강(더페이스샵 포함)의 지난해 화장품부문 매출은 1조 2274억 원이였으며 3370억원이 원재료값(원재료+부재료+상품)으로 들어갔다. 이중 내용물을 위한 원료비용으로 607억 원을 사용했지만 용기, 상자, 캡 등 포장을 위한 부재료 비용으로는 2배 가까운 1037억 원을 썼다.

반면 샴푸 비누 치약 등의 생활용품은 화장품과 달리 포장비가 원료비의 47%정도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생활용품의 원료 값으로 2979억원, 포장·용기등 부재료비용으로 1387억원을 상용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생활용품의 경우 원료값으로 1038억원, 용기와 상자 등 포장비로 1098억원을 사용했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화장품의 경우 포장비가 원재료 값보다 1.9배 더 들어갔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982억 원)중 화장품에서 943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이중 원료비용으로 39억원을 사용했고 포장, 용기 등 부재료비용으로 74억원을 사용했다.

"화장품은 감성상품" 고가 브랜드 일수록 포장도 고가

이런 현상에 대해 화장품업계 전문가는 "화장품이 감성상품이다보니 용기나 포장 그리고 모델 등 시각적인 것이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고가 브랜드 일수록 포장 용지 등에 고비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디자인팀은 내부에 있지만 포장용기 제작과 포장은 외부에 맡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퍼시픽글라스, 태신인팩에서 포장을 담당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신신, 연우에서, 코리아나화장품은 여송산업 등에서 각각 맡고 있다.

대기업의 외주 포장전문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다르긴 하지만 고가화장품라인은 중저가 브랜드의 화장품과는 달리 포장박스를 만들 때 주로 수입용지를 쓰고 용기포장도 수작업이 동반돼 포장비가 비싸진다"며 "일반용지와 달리 수입용지의 경우 2~3배정도 비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내용물과 포장 등 완제품을 모두 외주 제작으로 해결하는 중저가 화장품브랜드는 공용화된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포장비용이 적게 들지만 내용물을 자체 제작하는 비율이 높은 고가화장품 브랜드는 용기 등 포장 등에 따로 공을 들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포장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화장품업계 전문가는 "신소재나 획기적인 신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아니고는 화장품의 내용물은 거기서 거기"라며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한 포장비가 원료값을 넘어서는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포장비도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며 "피부만을 생각한다면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브랜드외의 대부분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화장품 OEM·ODM 전문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에 화장품 제작과 포장등을 모두 맡기고 있어 포장비등이 따로 보고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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