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활성화, 유통업계 '환영' vs 수입업계 '긴장'

장벽 무너져 매출 늘고 싸게 사고…패션·뷰티업계 지나친 가격경쟁 우려

송지유 기자, 전혜영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04.10 09:04  |  조회 14220
관세청 직원들이 병행수입 상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관세청 직원들이 병행수입 상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올 하반기 정부의 병행수입 및 해외 직접구매(직구) 활성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기존보다 15∼20% 저렴한 병행수입 상품이 증가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의류, 잡화 등 병행수입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을 기대하는 반면 수입브랜드 업계는 가격경쟁 심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9일 통관인증 병행수입업체를 대폭 늘리고 직구 목록통관을 전 소비재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거품 논란이 제기돼 온 수입품의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 수입 소비재 가격이 10∼20%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행수입 활성화, 유통업계 '환영' vs 수입업계 '긴장'
◇"매출 늘고, 싸게 사고"…유통업계·소비자 '대환영'=1∼2년전부터 꾸준히 병행수입 상품 비중을 늘려온 대형마트와 오픈마켓 등은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조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병행수입으로 중간 유통과정을 줄이면 15∼20% 원가절감이 가능한데다 상품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가 병행수입해 판매중인 의류, 잡화 가격은 공식 수입판매가보다 최소 20∼30%, 최대 50∼60% 저렴하다.

정부가 진품 여부를 보증하는 QR코드 통관인증제가 시행되면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병행수입협회를 중심으로 공동 사후관리(AS) 시스템을 구축하면 현재 병행수입 상품의 최대 약점인 보상수리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지난 2012년 2조원, 2013년 3조원 규모였던 병행수입 시장 규모가 올해는 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의류, 잡화 등을 비롯해 화장품, 자동차부품, 캠핑용품, 육아용품 등 병행수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업계는 병행수입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올해 유모차와 육아용품 등 해외 직구가 활발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병행수입을 확대, 120개 브랜드 600여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병행수입 매출액도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 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도 올해 병행수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0억원 늘어난 3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급 브랜드 수도 51개에서 70여개로 늘린다.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테스코를 통한 글로벌 소싱을 확대할 방침이다.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도 병행수입자들의 입점 확대는 물론 직구족의 유입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병행수입한 캐나다구스 상품을 소비자들이 입어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병행수입한 캐나다구스 상품을 소비자들이 입어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패션·뷰티 업계 '긴장'…정식 수입품 가격 인하할 수도=패션·뷰티 업계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가격경쟁 심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A패션업체 관계자는 "최고가 '하이엔드' 브랜드보다는 중저가 수입 브랜드는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브랜드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통관인증제의 적용을 받게 된 수입 화장품 업계도 소비자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백화점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의 경우 가격거품이 커 병행 수입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며 "화장품 병행수입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 수입업자들이 가격을 낮추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 패션브랜드 폴로의 경우 병행수입과 해외 직구가 늘면서 국내 매출이 떨어지자 제품 가격을 스스로 인하한 바 있다. 병행수입 업체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C패션업체 관계자는 "통관이 간소화되면 병행수입 자체가 활성화되고, 수입업자들 간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소량으로 가져오는 곳은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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