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세일한다기에 백화점 갔더니…"우린 노세일 브랜드"

본지, 롯데·신세계百 본점 전수 조사해보니…세일 참여율 30% 불과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04.16 05:45  |  조회 10095
서울 시내 백화점 정기세일 현장 사진/사진=홍봉진 기자
서울 시내 백화점 정기세일 현장 사진/사진=홍봉진 기자
#주부 김민희씨(38·가명)는 며칠 전 큰 맘 먹고 도심 백화점을 찾았다가 딸아이 티셔츠 2장만 사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세일을 한다기에 작심하고 백화점을 찾았지만 정작 눈여겨봤던 브랜드는 전부 세일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매장 직원들에게 "세일 안하나요?"라고 물었지만 "우린 노(NO) 세일 브랜드"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세일이라더니 재킷 한벌에 40만∼50만원씩 정상가를 다 주고 누가 구입을 하겠느냐"며 "이월상품이 아닌 신상품을 정상가보다 싸게 산다는 기대가 컸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가 이달 초 대대적인 봄 정기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기세일인데도 참여 브랜드가 워낙 적은데다 할인율도 낮아 고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15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봄 정기세일 참여매장 비율은 30% 정도에 그쳤다. 롯데는 전체 724개(식품관·식당가·행사장 제외) 매장 중 237개(32.7%)가, 신세계는 455개 중 127개(27.9%)가 세일에 참여하는데 그쳤다.

봄 세일한다기에 백화점 갔더니…"우린 노세일 브랜드"
◇콧대높은 화장품·아웃도어…세일참여율, 롯데가 더 높아=백화점 1층을 장악한 수입 화장품.고가 사치품 브랜드는 봄 세일에 단 1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대형가전과 가구, 골프·아웃도어 브랜드도 대부분 세일을 실시하지 않았다.

롯데는 골프아웃도어와 스포츠 상품을 파는 6~7층 147개 매장 중 35개(23.8%)만이 세일을 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이보다도 더 낮아 6층 골프와 8층 스포츠 총 68개 매장 중 11개(16.2%)만이 세일행사를 벌이고 있다. 세일 참여율이 가장 높은 상품군은 남성 정장으로 롯데백화점은 47.9%, 신세계백화점이 45.7%의 참여율을 보였다.

화장품과 가전.가구 매장을 뺀 패션·잡화·스포츠 매장을 중심으로 집계하면 평균 세일 참여율은 다소 높아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524개 매장 중 39.7%인 208개 매장이, 신세계 본점은 327개 매장 중 29.7%(97개)가 세일을 진행했다.

이는 백화점업계가 밝힌 올 봄 정기세일 참여율인 평균 70%와는 큰 격차다. 소비자들이 집 근처 백화점을 찾았을 때 느끼는 체감 세일 비율이 낮은 이유기도 하다.

봄 세일한다기에 백화점 갔더니…"우린 노세일 브랜드"
◇너도나도 '노세일'…같은 브랜드, 다른 가격 '왜'=백화점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가 증가하는 것은 경쟁 브랜드가 노세일 전략을 할 경우 이에 함께 편승하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A패션 업체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들이 세일을 하지 않는데 우리만 세일을 했다가 싼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어 세일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 B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 관행상 여름과 겨울에 대대적으로 세일을 실시하는 만큼 봄 세일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20~30% 할인품목이 많은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봄 세일의)평균 할인률도 낮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에 세일 참여를 강요할 수 없는 것도 봄 세일이 시들해 보이는 이유다. 백화점 정기세일은 봄(4월), 여름(7월), 가을(10월), 겨울(1월), 송년(12월) 등 1년에 5회지만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입점 업체 결정에 달려있다.

C백화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업체 보호에 힘을 싣고 있어 세일 참여를 강요했다가는 큰 일 난다"며 "과거보다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면서 백화점별로 차별화된 할인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상품이라도 백화점별로 할인율이 다른 것도 이같은 이유다. 노세일 브랜드의 경우 일부 백화점에서만 자체 할인 행사를 하기 때문에 동일 제품이라도 백화점에 따라 10~20%씩 싸거나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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