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3대 명품은 샤넬, 롤렉스, ○○○○라고?"

[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6회 ③>나가사와 신야 와세다大 교수 인터뷰

도쿄(일본)=송지유 기자  |  2014.07.04 06:15  |  조회 42494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명품의 3대 조건은 품질과 역사, 스토리
-명품 브랜드 없는 한국이 가장 주목할 부분은 '스토리텔링'
-로고 없이도 브랜드 떠오를 정도로 이미지 확실해야


나가사와 신야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사진=도쿄(일본) 송지유 기자
나가사와 신야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사진=도쿄(일본) 송지유 기자
"중국인들이 꼽는 3대 명품 브랜드가 뭔지 아세요? 샤넬과 롤렉스, 그 다음이 라코스테 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일반 캐주얼 브랜드인 라코스테가 중국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만난 나가사와 신야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사진)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가사와 교수는 '샤넬 전략', '루이비통의 법칙' 등 명품 브랜드의 경영 전략을 분석한 경제서를 출간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다.

"라코스테 창립자는 프랑스 테니스 챔피언이었어요. 브랜드 로고인 악어는 테니스 경기의 격렬함을 상징하는 겁니다. 라코스테는 중국에 진출해서도 테니스를 마케팅 소재로 삼았어요. 일본 천왕 등 세계 상류층이 테니스를 즐긴다는 사실을 전파했죠. 이어 미국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상하이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전용매장)도 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코스테가 중국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테니스=상류층 운동, 라코스테=상류층 의류'라는 스토리텔링(기업이나 제품과 연관된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라코스테는 몇년전부터 상하이 테니스 대회 스폰서도 맡고 있다.

나가사와 교수는 "명품의 3대 조건은 품질과 역사,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품질, 가격 등이 똑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에게 어떤 스토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명품으로 급부상하기도, 중저가 브랜드로 전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 명품 브랜드와 대적해야 할 한국 브랜드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 역시 스토리다.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가사와 교수는 "역사가 길다고 무조건 잘나가는 명품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샤넬, 에르메스 등처럼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과거 틀에 갇혀 지키기만 하다가 쇠락한 브랜드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일본에는 수백년 역사의 기모노, 시계 등 회사가 있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명품시장에 대해서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보는 '쇼잉 오프'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가사와 교수는 "체인 어깨끈과 가죽 퀼트하면 샤넬, 가방 자물쇠하면 에르메스, 격자 꼬임하면 보테가베네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지 않느냐"며 "화려한 브랜드 로고로 치장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확실한 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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