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옷' 안팔려…백화점서 사라지는 디자이너 브랜드

수년간 매출 곤두박질, 백화점 매장 축소·철수 잇따라…사업 접는 브랜드도 많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5.05.14 06:00  |  조회 16279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전경/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전경/사진제공=롯데백화점

5∼10년 전만해도 백화점 여성복 매장을 이끌던 '디자이너 부티크'(개성있는 디자인 의류를 취급하는 매장) 브랜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 주요 고객인 50∼60대 중장년층 소비 트렌드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줄고 있어서다.

◇백화점서 사라지는 '선생님' 브랜드=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봄 매장 개편 때 4층에 입점해 있던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4곳이 철수했다. 한때 롯데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던 인기 브랜드였지만 2∼3년새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결국 매장을 뺀 것이다.

아예 사업을 중단한 디자이너 브랜드도 다수다. 2012∼2014년에만 '안혜영', '마리아밀즈', '제이알', '안윤정앙스', '노코오노', '이영희' 등 6개 이상 디자이너 브랜드가 사업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여성복 매장의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수도 점점 줄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2011년 17개였던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수가 2012년 14개, 2014년 12개로 줄었다. 올해는 봄 개편 때 4개가 더 빠져 5월 현재 8개로 감소했다.

백화점에서 살아남은 디자이너 부티크 매장 역시 종전보다 면적을 40% 정도 줄였다.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와 같이 매출이 감소하는 모피 매장의 경우 입점브랜드 4곳을 선별해 편집매장 1곳에 보더리스(브랜드 구획없이 한 매장에 제품 진열) 방식으로 배치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구조조정을 먼저 강행한 것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2012년 가을 매장개편 때 매출이 부진한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를 내보내고 남은 브랜드는 편집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모님 옷' 안팔려…백화점서 사라지는 디자이너 브랜드
◇'사모님 옷' 안 팔리는 이유는 =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찬바람을 맞는 것은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딸과 같은 브랜드 옷을 사 입는 '젊은 엄마'들이 증가해 신규 고객 유입이 줄어든데다 수십 년간 리뉴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브랜드도, 고객들도 늙고 있다.

제품 가격은 수입 명품이나 컨템포러리(최신 유행 트렌드의 중고가 패션)에 버금갈 만큼 비싸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 변화에 실패하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매출은 2012년 -2.9%, 2013년 -4.5%, 2014년 -0.8% 등으로 역신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2013년 -2.8%에 이어 지난해도 -2.3%에 그쳤다.

백화점 업계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빠진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4층 여성복 매장에 카페 '곤트란쉐리에',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의 '담연' 브랜드를 들였다.

박지호 롯데백화점 여성패션부문 수석바이어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신규고객 유입이나 실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제2의 브랜드 론칭, 해외 브랜드 판권 확보 등 경영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화점 입장에선 자금력 있는 여성고객을 잡아 매출을 끌어 올리고 매장 효율을 높이는 방안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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