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속한 문화로 여겨졌던 '키치(Kitsch)'가 1990년대 중반 팝아트 작가들에 의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됐다. 이들은 키치 문화를 통해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이분법을 완전히 분쇄하고자 했다. 현재 키치는 문화·예술 뿐 아니라 사회학·심리학에서 언급되는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패션에서도 키치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런웨이의 엄숙함을 깨고 들어온 '키치 문화'가 '하이패션'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듯 '키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알록달록한 색감, 지나치게 큰 사이즈의 의상, 패스트푸드점의 로고 등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것들이 위트있고 상상력 넘치는 패션이 됐다.

◇"럭셔리 브랜드도 홀렸다"…런웨이를 장악한 키치 패션

/사진=장 폴 고티에 2015 F/W 쿠튀르, 제레미 스캇 2015 F/W, 모스키노 2016 S/S, 구찌 2016 S/S, 샤넬 2016 S/S

'키치패션'의 아버지 격이라 할 수 있는 장 폴 고티에의 쿠튀르 컬렉션부터 하이 패션의 대표주자 샤넬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까지 키치가 스며들지 않은 곳은 없다. 특히 장 폴 고티에는 2015 F/W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모델들을 하나의 동화속 주인공처럼 꾸며 통속문화와 패션의 만남을 주선했다.

흔히 '키치패션'하면 떠올르는 것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 프린팅·패치 장식, 그리고 패러디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장식된 셔츠나 알록달록한 기하학 무늬로 수놓인 의상은 '키덜트' 열풍을 타고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또한 패러디도 키치의 중요한 요소다. 다른 제품들이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생활 속 요소들과 옷이 결합해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의상들이 탄생하고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키치 사랑'

/사진=고샤 루브친스키 201 5F/W, 베이프, 슈프림, 아디다스, 베트멍 2015 F/W, 2016 S/S

키치 아이템들은 특유의 펑키한 느낌과 화려한 색감으로 '올드패션룩'의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키치는 특히 스트리트 감성을 지향하는 브랜드에서 사랑받는다.

주로 후드티셔츠, 스웨트셔츠에 만화같은 화려한 무늬나 패러디를 통해 위트를 더한다. 스트리트 패션을 연출하고 싶다면 키치한 무늬의 상의와 같은 컬러의 트레이닝 바지를 매치한다. 여기에 루즈핏의 아우터를 매치하면 펑키한 스트리트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빈티지한 색감의 볼캡·버킷햇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장난감이야, 패션 아이템이야?…스타일링 포인트 액세서리

/사진=블랙마틴싯봉, 루이비통, 마르니, 누누핑거스, 미라 미카티, 반스(시계방향)

작지만 인상적인 포인트 아이템을 찾는다면 키치 액세서리를 살펴보자. 키치 액세서리들은 가죽·금·은 등의 재질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보다는 플라스틱, 면, 알루미늄, 스팽글 등의 재료를 활용해 가볍고 재치있는 디자인을 나타낸다.

신발 중에서는 특히 가볍고 웨어러블한 슬립온 슈즈에서 키치한 아이템이 많이 출시되는 경향이다. 캐주얼한 의상과 매치해 포인트를 추가하기에 좋다. 또한 가방, 목걸이, 귀걸이 등의 소품들을 통해서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협업해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내놓는 경우도 왕왕 있다. 디즈니, 카카오프렌즈 등 친숙한 캐릭터들이 어린이용이 아닌 성인용 액세서리에 등장했다. 이런 캐릭터 소품들은 더이상 '유치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키치 패션, 일상 캐주얼룩 연출법은?

/사진=미라 미카티 2015 F/W, 머니투데이DB

평범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선을 끄는 키치 패션을 일상 속 캐주얼룩으로 연출해보자. 어떤 아이템이 됐든 단 하나의 키치 아이템을 선택해 평범한 옷들과 매치하면 쉽다. 그것만으로도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 지루하지 않은 캐주얼룩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링으로 연출하기 좋다. 민무늬 아이템들과 함께 입는 것이 키치한 감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