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귀환' 크롤 "아주 '특별한 무대' 자신"

2월21일 세종문화회관 내한무대 여는 세계 정상 재즈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 이메일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6.01.23 03:10  |  조회 7105
오는 2월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치는 세계 정상의 재즈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 그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quot;새 음반만큼 이전과 다르고 특별한 무대를 만들겠다&quot;고 말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br />
오는 2월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치는 세계 정상의 재즈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 그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새 음반만큼 이전과 다르고 특별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섹시 카리스마로 도배된 외모가 주는 인상도 강력한데, 가슴에서 뻗는 단단한 허스키 보이스는 더 강력하다. 세계 정상의 재즈 보컬리스트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52)은 테크닉이 아닌 울림의 소리로 가장 대중적이면서 예술적인 지지를 얻은 슈퍼스타다.

지금까지 그래미 어워즈에서 5차례나 수상했고, 그를 떠올리는 대표작 ‘더 룩 오브 러브’(The Look of Love, 2001)로 미국음반산업협회가 주는 ‘골드레코드’까지 받았다.

영화 ‘노팅힐’의 주제곡 ‘쉬’(She)를 부른 엘비스 코스텔로의 부인이기도 한 크롤이 11년 만에 한국 무대를 다시 찾는다. 오는 2월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 무대는 지난해 발매된 새 음반 ‘월플라워’(Wallflower) 투어의 일환.

크롤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한국 무대를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있다”며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지닌 관객 덕분에 힘이 펄펄 났었다”고 기억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요? 전 그 시간만큼 한국 관객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을 잔뜩 쌓아두었답니다. 이번 새 음반은 지금까지 작업한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래서 아주 ‘특별한 무대’가 될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빨리 들려드리고 싶네요.”

'11년만의 귀환' 크롤 "아주 '특별한 무대' 자신"
새 음반은 재즈라기보다 팝 음반에 가깝다. 크롤이 유년기 시절 라디오나 음반으로 접한 1960년대부터 최신 팝까지 귀에 익숙한 노래 20곡을 재해석했다. 이 음반의 일관된 축은 ‘감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예예’(Yeh Yeh)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곡에서 크롤은 낮은 톤과 느린 템포로 이야기한다. 노래를 ‘음미’하는 그의 행위에선 관록의 힘과 단순함의 미학이 교차하며 관조의 느낌을 배가한다고 할까.

“사실 제 스스로 ‘재즈싱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도 누군가 제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위대한 재즈싱어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인 냇 킹 콜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원할 땐 언제나 엄청난 스캣(scat·가사없는 즉흥보컬)이 가능한 싱어였지만 기본에 충실하기도 했죠. 저는 엘라 피처제럴드도 아주 좋아하지만 절대 그녀처럼 (스캣을) 할 수 없어요. 아니, 사실은 못 하는 거예요.(웃음) 대신 피아노로 즉흥 연주를 하죠.”

그가 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래서 ‘감정’(feeling)이다. 스캣은 재즈의 중요한 테크닉적 요소이긴 하지만, 재즈의 기본은 ‘스윙’이라는 리듬에 있기 때문.

'11년만의 귀환' 크롤 "아주 '특별한 무대' 자신"
“재즈가 어떤 식으로 분류되든, 근간은 그루브(리듬감)와 자유를 허락하는 스윙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도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재즈뮤지션을 재즈뮤지션으로 존재케 하는 일이거든요. 눈을 감고 음악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면 아무리 애를 써도 도달할 수 없는 창조적인 세계로 절 데려다 주죠. 그건 정해진 길 대로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잖아요. 재즈는 그런 위험을 끌어안고서라도 자유를 영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디로, 또 어디까지 데려다 줄지 맡기는 거예요.”

크롤은 4세 때 피아노를 배워 15세 때 동네 레스토랑에서 재즈 스탠더드를 연주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난 천재로 통했다. 이 사실을 전하자, 크롤은 “절대 신동이 아니었다”고 웃으며 ‘해명’했다.

“어릴 땐 인터넷이 없으니 아버지의 전축과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들었고, 조부모 집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했을 뿐이었죠. 그렇게 음악과 친숙해졌고 제 인생에 영향을 준 거예요. 유년시절의 추억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건 언젠가 되살아나 문을 두드리죠. ‘똑똑’ 이렇게요.”

크롤 부부 모두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무엇이냐고 크롤에게 물었다. 그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다이애나 크롤은 &quot;재즈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quot;이라며 &quot;이를 허락해주는 요소가 스윙&quot;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료 뮤지션이자 남편인 'She'의 주인공 엘비스 코스텔로에 대해 &quot;남편과 아빠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quot;고 전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br />
다이애나 크롤은 "재즈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며 "이를 허락해주는 요소가 스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료 뮤지션이자 남편인 'She'의 주인공 엘비스 코스텔로에 대해 "남편과 아빠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전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모든 걸 공유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음악 안에선 같은 곳을 바라보죠. 바로 ‘자유롭게’ 음악 하는 것이에요. 음안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우리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걸 위해 끊임없이 서로 자극을 받아요. 그래서 남편이 존경스러워요. 멋진 남편인데, 훌륭한 아버지이기도 하니 모든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 아닐까요.(웃음)”

재즈의 대중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크롤은 그 공을 모두 자신의 멘토들에게 돌렸다. ‘Look of Love’ 프로듀서인 토미 리푸마, ‘크롤 재즈’로 명명해준 버트 바카락 등 '멘토'들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준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했다.

“재즈 뮤지션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도록 도와주고 영감을 주는 분들에게 반드시 공을 돌려야 한다고 봐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훌륭한 음악가로부터 받는 감동은 어쩌면 음악이 아닌 태도에서 나오는 것일지 모르겠다. 크롤이 이를 보기 좋게 증명하고 있었다. 02-563-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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