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지선의 선택 '한섬', 업계 파장은

현대백화점 자회사 현대홈쇼핑 패션기업 한섬 인수…"지각변동" vs "파장미미"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  2012.01.14 06:51  |  조회 14966
사진 왼쪽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왼쪽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2008년 1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3년을 공들여 처음 성사시킨 인수·합병(M&A) 대상은 패션기업 한섬이었다. 정 회장은 특히 이번 인수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현대백화점한섬 인수를 패션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올 일대 사건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자회사인 현대홈쇼핑은 13일 의류업체 한섬 지분 34.6%를 42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창업주 정재봉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섬은 여성복 의류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불리는 25년 역사의 토종 패션기업. 여성복 선호도 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타임을 비롯해 마인, 시스템, SJSJ, 타임옴브 등 자체 브랜드 6개와 끌로에와 발렌시아가 등 수입 브랜드 8개 등 총 14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023억원으로 영업이익만도 1051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평균 20%대를 유지할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부채비율도 13.0%에 불과한 국내 대표 우량 패션기업이다.

하지만 이런 한섬에도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여성 의류시장의 독보적 1위 업체지만 2세 후계구도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한섬 측이 먼저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굵직한 기업들과 인수 의견을 타진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2010년부터 SK네트웍스와 인수 협상에 착수했지만 막판 가격 조율에 실패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섬의 최종 인수자로 현대홈쇼핑이 확정되며 한섬은 또 다른 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섬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부상하며 패션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현재 패션시장에서는 매출 기준으로 제일모직·이랜드 ·LG패션 등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뒤를 이어 코오롱·세정,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그룹형지, 신원, SK네트웍스, 한섬 등이 경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섬이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 유통사업이 탄탄한 현대백화점그룹과 만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향후 패션업계 선두권 진입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대부분이 자체 유통망보다 백화점이나 홈쇼핑 마트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더딘 성장을 해왔던 한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은 셈"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섬의 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패션업계 전문가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톰보이 인수나 롯데백화점의 잇단 패션브랜드 인수에 이어 이번 한섬 인수도 유통공룡의 패션시장 진출로 봐야 한다"며 "유통기업은 제조마인드가 약하고 이익위주의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패션브랜드의 질적 성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아도 강한 브랜드를 많이 키워야 패션산업이 발전하는데 국내 패션시장이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패션산업 자생력 키우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홈쇼핑이 한섬을 세계시장보다는 내수 위주로 키울 가능성이 높은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현대홈쇼핑의 한섬 인수로 양사 주가가 나란히 강세를 보였다. 현대홈쇼핑은 전날보다 5.69% 오른 1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부터 전날까지 현대홈쇼핑의 주가는 7% 넘게 빠지며 약세를 보였지만, 한섬 인수 소식에 상승 반전했다. 한섬의 주가는 전날보다 4.44% 오른 3만55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상한가로 직행하며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주가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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