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의 '굽없는 하이힐' 만든 이 남자 알고보니…

[인터뷰]렘 디 쿨하스 '유나이티드 누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3.04.08 08:32  |  조회 17901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하이힐을 만들게 된 건 '실연(broken heart)' 때문이었어요. 그녀는 떠났지만 구두는 남았죠."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네덜란드의 전도유망한 건축가였던 렘 디 쿨하스 유나이티드 누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진)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구두를 디자인하게 된다. 로맨틱한 구두를 직접 만들어 떠나간 연인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것.

"그녀와 헤어졌을 때 상심이 너무 깊었습니다. 가슴 저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구두를 만들어서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끝내 그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 했지만 그 일이 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건축가 집안에서 자란 쿨하스 디렉터는 건축 이외의 디자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프라다가 사랑한' 세계적인 건축 거장 렘 쿨하스의 조카이기도 하다.

우연한 계기에 구두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쿨하스 디렉터는 본격적으로 구두 브랜드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사업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이때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사람이 유나이티드 누드의 공동 창업자인 갈라하드 제이 디 클락이다. 클락은 180년 전통의 영국 캐주얼화 브랜드 클락스를 7대째 경영해 오고 있는 클락 가문의 후손이다.

"클락과는 동갑내기로 의견이 잘 통하는 편입니다. 사업 파트너를 찾을 당시 제가 만든 구두를 보고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이기도 하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003년 첫 번째 작품인 '모비우스'를 내놓는다. 뫼비우스의 띠(고리 중간에 꼬임을 넣어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도록 한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웨지 샌들로 파격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면서 곧바로 세계 패션가의 화제가 됐다.
↑최근 가수 보아가 신고 나와 화제가 된 '임즈' 시리즈. 독특한 굽 때문에 '굽 없는 하이힐'로 불린다.(ⓒ유나이티드 누드 홈페이지)
↑최근 가수 보아가 신고 나와 화제가 된 '임즈' 시리즈. 독특한 굽 때문에 '굽 없는 하이힐'로 불린다.(ⓒ유나이티드 누드 홈페이지)

이후 디자이너 체어인 임즈의 다리 부분을 모티프로 삼은 '임즈', 풍부한 컬러감이 특징인 '모모 제인', 누디 라인인 '포른' 등 개성 있는 디자인의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쿨하스 디렉터는 "처음부터 디자이너로 시작한 게 아니라 건축 일을 먼저 했기 때문에 기존에 디자이너들이 만든 신발과 차별화 됐다"며 "미적인 걸 중시하면서도 편안한 착화감이 성공요인"이라고 자평했다.

디자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건 기능성과의 조화다. 그는 "기능과 디자인에서 타협점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창의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위해 따로 팀을 운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인턴십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누드는 2003년 영국 런던에 처음 론칭한 이후 2013년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서 각종 멀티숍을 포함해 400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체험 판매장)는 영국,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국에만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5일 신사동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쿨하스 디렉터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케이팝(K-pop)이나 드라마 등 한류 인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브랜드 론칭에도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누드는 앞으로 신발 뿐 아니라 시계, 선글라스, 가방 등 액세서리를 비롯해 가구 및 컨셉트카(차세대 자동차)까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쿨하스 디렉터는 "남자구두를 비롯해서 선글라스, 모자, 지갑, 핸드백 등도 론칭한 상태"라며 "모든 디자이너는 '창조하는 신'이 되고 싶어 하는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을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나이티드 누드의 화두는 '컨텐츠가 들어있는 패션'"이라며 "5년 안에 글로벌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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