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캐포츠' 대명사 EXR, 2020년 1조 매출"

[머투초대석]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 "3년내에 中 매장 300개 열 것"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3.06.07 05:28  |  조회 15392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후원중인 레이싱팀 현판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후원중인 레이싱팀 현판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4층 컨퍼런스홀에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52·사진)가 등장하자 운동복을 입은 200여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쏟아냈다. 연예인도, 스포츠 선수도, 정치인도 아닌 기업인의 등장에 도심 속 오피스 타워가 들썩인 이유는 뭘까.

민 대표는 스포츠 업계 큰 손으로 통한다. 회사를 설립한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스포츠 마케팅을 중단한 적이 없다. 스타만 앞세운 반짝 마케팅이 아니라 해당 종목 발전을 위해 회사 수익의 일정 비율을 내놓는다. 국내에서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자동차 레이싱과 인연을 맺었고 얼마전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도 후원하고 있다. 자체 스노우보드팀도 운영중이다.

이번엔 피트니스 댄스 스포츠다. 이날 민 대표는 전문 피트니스 강사팀인 '제프라'와 손잡고 'EXR 프로그래시브 댄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 전국의 피트니스 센터 일반 회원들에게 전파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전국적으로 피트니스 인구가 많지만 제대로된 후원이나 지원이 없다는데서 출발했다. 시스템이 갖춰지는 대로 댄스 스포츠 공식대회도 개최해 역량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EXR, 스포츠 캐주얼 시장을 열다=최근 일상에서도 아웃도어 의류를 입는 것이 확산되는 것처럼 2000년대 초반 패션업계에 '캐포츠' 열풍이 불었다. '캐포츠'는 캐릭터 스포츠 캐주얼(character sports casual)의 약자로 스포츠 의류같은 캐주얼 패션을 의미한다.

국내 패션시장에 캐포츠 개념을 도입한 것이 바로 민 대표다. 패션 전문가들이 스포츠 의류에 대해 논할 때 EXR 론칭 이전이냐, 이후냐를 기준으로 삼을 만큼 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

민 대표는 "당시엔 그 누구도 스포츠와 캐주얼을 결합한 의류에 캐릭터를 입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12년전 EXR 론칭과 함께 탄생한 캐포츠는 이제 패션업계에서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블루오션을 개척한 효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스포츠 캐주얼 치고는 가격이 비싼데다 '노 세일(NO SALE)' 원칙을 선언했는데도 손님이 몰려 들었다. EXR은 2002년 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리리아백화점에 1호 매장을 낸 이후 2년도 채 안돼 전국 매장수가 100개로 늘었다. 매출도 회사 설립 3년만인 2004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사업 히스토리와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사업 히스토리와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준비된 브랜드', 3년만에 대륙 진출=같은 해에 중국 상하이 제일팔백반백화점에 매장을 내며 해외사업 신호탄도 쏘아 올렸다. 현재는 북방에 72개, 남방에 28개 등 중국에서 100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민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 세계에 상표권을 등록할 정도로 EXR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었다"며 "대형 패션회사들도 주저하는 중국 시장에 EXR이 진출한다는 소식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론칭한 지 3년밖에 안 된 새내기 브랜드가 겁없이 대륙에 진출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실제로 중국 진출 직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혀 남모를 마음 고생도 했다. 백화점 입점을 장담하던 현지 업체를 믿고 사업을 추진하다 골탕을 먹은 것이다. 민 대표는 "나름대로 해외사업 준비를 착실히 했는데 시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두둑한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며 "지금은 백화점 매장 계약부터 제품 생산, 대금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바지 한 벌이 15만원을 웃도는데도 매장에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기초 교육사업 지원, 마을 학교시설 개선 등 중국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한 것도 호응을 얻었다. 중국의 저명한 패션전문지 '패션복식도보'가 EXR을 '중국 10대 활력 브랜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컨버스, 카파 그리고 까스텔바작까지=민 대표는 EXR 단일 브랜드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2005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EXR에 주력했던 사업 역량을 미국 스니커즈 전문 브랜드 '컨버스'로 분산한데 이어 2009년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컨버스는 매출 2000억원대, 카파는 15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카파의 경우 다리 라인이 드러나는 트레이닝 바지인 '컴뱃 팬츠'가 중·고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필수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했다.

"컨버스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카파는 사정이 좀 달랐어요. 시장에 복제품이 나돌 정도로 브랜드 관리가 엉망이었죠. 이탈리아본사와 합의해 50억원을 들여 정리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디자인, 유통망 등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와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매출이 가장 큽니다. 최근 라이선스 10년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매출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민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2011년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까스텔바작'을 인수했다. 스포츠 브랜드 사업만 해왔던 EXR코리아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대로 키울 수 있겠냐는 업계 우려가 많았다. 민 대표는 "아직 까스텔바작 매출이 크지는 않지만 매년 2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며 "까스텔바작이 의류 뿐 아니라 시계, 화장품, 안경, 향수, 가구 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면 내년부터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 1층 브랜드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 1층 브랜드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제 2의 도약, 2020년엔 매출 1조원 돌파=민 대표는 올해를 'EXR 브랜드의 르네상스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브랜드 확장, 해외 진출 등으로 수년째 정체 상태인 EXR의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피트니스,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만드는 한편 해외사업에도 적극 나선다. 중국의 경우 이미 새 법인장을 영입하고 전담 디지인팀을 꾸리는 등 조직도 강화했다.

민 대표는 "EXR의 매출은 국내 1500억원, 중국 500억원 등 총 2000억원 수준인데 3년 안에 2배 규모로 키울 것"라며 "현재 100개인 중국내 매장수를 300개로 늘리는 등 공격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일본 등 기존 진출국 외에 2015년까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세계 30개국에 진출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2020년 EXR코리아 매출 목표는 1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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