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입는 옷이 '태도'를 만든다" - 뎀나 바잘리아

[스타일 톡<31>] '패션'보다 특정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스타일M 배영윤 기자  |  2016.04.05 08:02  |  조회 34977
마음 속에 새겨놓으면 나의 스타일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과거와 현재의 스타일을 창조한 크리에이터들의 명언들을 소개한다. 머니투데이 패션·뷰티사이트 '스타일M'과 함께 나누는 스타일 톡(TALK)!
/사진=뎀나 바잘리아
/사진=뎀나 바잘리아
"Basically when you wear it, it creates an attitude." - Demna Gvasalia (1981 ~ )

땅에 끌릴 것만 같은 길다란 소매, 여러벌의 청바지를 해체한 뒤 다시 이어 붙여 만든 누더기 바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과장된 어깨의 봄버 재킷. 최근 전세계에서 열린 패션 위크에서 이와 같은 스타일의 의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이 패션 브랜드부터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까지 너도나도 이러한 디자인을 좇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베트멍'(Vetments)이 출현하면서다.

2014년에 론칭해 이제 겨우 3년차에 접어 든 브랜드가 전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두하는 것은 물론 빠른 속도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베트멍'은 조지아 출신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를 필두로 7명의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단순하다. 프랑스어로 '의류'(clothes)라는 뜻이다.

베트멍은 신생 브랜드지만 베트멍의 옷을 만드는 이들은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뎀나 바잘리아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 루이비통 등의 패션 하우스를 거치며 쿠튀르와 창의적 디자인 능력을 쌓아왔다. 바잘리아 외 다른 디자이너들은 언론에 노출되진 않았지만 모두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등의 저명한 패션 하우스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 컬렉션인 2014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리사이클링 청바지는 온·오프라인을 휩쓸었다. 중고시장이나 빈티지숍에서 구한 청바지들을 해체한 후 재조합해 만든 제품이었다. 특히 비대칭적이고 기하학적인 밑단의 청바지는 스타들의 사복 패션은 물론 일반인들의 스트리트 패션에도 쉽게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됐다. 베트멍의 놀라운 파급 효과다.

/사진=베트멍(vetements)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베트멍(vetements) 공식 인스타그램
베트멍은 데뷔하자마자 '마르지엘라 이후 최고의 신비주의 브랜드'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바잘리아는 '우리는 마르지엘라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 '제품 디자이너'라 칭한다. 개념적인 패션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을 만든다는 거다. 그것이 마르지엘라와 가장 큰 차별화된 점이라는 것이다. 옷장에 있는 아이템들에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을 입혀 '베트멍'으로 재창조한다는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철학으로 브랜드를 이끈다.

뎀나 바잘리아는 "우리(베트멍) 옷을 입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얻기 위해 입는다. 태도란 옷을 입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과장된 디자인과 독특한 절개선의 옷이 대부분인 '베트멍'의 옷이 실생활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바잘리아는 '옷을 왜 입느냐'에서 질문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의류'는 거친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시작됐다. 현대에는 이런 실용적인 목적에 또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바로 '태도'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나의 개성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표현되는 시대가 됐다.

베트멍을 입는 사람들은 단순히 실용적 목적으로 옷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베트멍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옷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한 베트멍과 같은 혁신적인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뎀나 바잘리아는 최근 패션 하우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신고식을 치렀다. 구찌의 새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젊은 디렉터 2강 구도를 형성했다.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패션을 제시하는 젊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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