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이 주목한 신예 작가 10인의 작품, 한자리서 만난다

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전' 12일 개막…다음 달 작가상 수상자 선정 예정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5.09 15:26  |  조회 8506
1960년대부터 각 시대를 상징하는 도상을 재구성한 작가 안동일의 회화 '우리의 팔도강산'/ 사진제공=리움미술관
1960년대부터 각 시대를 상징하는 도상을 재구성한 작가 안동일의 회화 '우리의 팔도강산'/ 사진제공=리움미술관

1960~1970년대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위인의 동상이 세워진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해당 인물의 일화와 업적을 모은 동상문이 설치된다. 작가 안동일은 이제는 먼지가 내려앉은 동상문의 사진을 찍어 배열함으로써 당대 한국이 추구했던 민족의 이데올로기를 살펴본다.

작가 김영은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소리에 물질성을 부여한다. 소리의 길이와 높이, 폭을 각 음원의 재생시간, 음정, 주파수 대역으로 치환해서 '1달러'짜리 노래를 만든 것.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의 대중가요 음원이 한 곡당 1.29달러인 것에 착안했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삼성미술관 리움이 가장 주목하는 신예 작가로 선정됐다는 것. 리움은 오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격년제 전시 '아트스펙트럼 2016'전을 개최한다.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처음 시작된 '아트스펙트럼'전은 리움의 큐레이터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이 장르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한국 작가를 선정, 국내외에 적극 소개하고자 개최하는 기획전이다.

올해 참가하는 작가는 김영은, 박경근, 박민하, 백정기, 안동일, 옥인 콜렉티브, 옵티컬 레이스, 이호인, 제인 진 카이젠, 최해리 등 10명(팀)이다. 이들은 회화,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한국의 근현대사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각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한 결혼자금 등을 시각화해서 표현한 옵티컬레이스의 설치미술작품 '가족계획'  /사진제공=리움미술관
각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한 결혼자금 등을 시각화해서 표현한 옵티컬레이스의 설치미술작품 '가족계획' /사진제공=리움미술관

통계와 그래픽 디자인을 접목한 '옵티컬 레이스'팀은 '에코세대'(1979년생~1992년생)의 미혼남녀 620만명을 월 평균 임금 수준에 따라 8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마다 각기 다른 색깔을 부여했다. 그리고 각 그룹에 속하는 남녀가 만나는 경우의 수를 원으로 표현했다. 관객이 직접 해당 원에 올라서면 해당 그룹이 마련가능한 평균 결혼자금, 월세, 보증금, 생활비 등을 피라미드 설치물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 박경근은 다수의 한국남성이 통과의례로 거쳐야 하는 군 복무를 담담한 영상으로 담아냈다. 가치중립적으로 관찰하면서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군대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이밖에 미국 등 강대국과 일부 민간기업이 나서 경쟁을 벌이는 우주산업을 영상으로 풀어낸 박민하 작가, 기우제단을 통해 전통의 단절과 역사의 상처를 표현한 백정기 작가, 예술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작품활동 사이사이 다른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작가들의 고민을 설치물로 풀어낸 옥인 컬렉티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호인 작가는 롯데월드타워, 한강대교, 국회의사당 등 서울 곳곳의 풍경을 색다른 시선으로 담아냈으며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됐던 개인의 이야기를 제주 4·3사건과 같은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통해 표출한다. 사군자를 무중력의 공간에서 피어난 듯 표현한 최해리 작가는 전통을 비틀고 현재의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리움 '아트스펙트럼'전은 2014년 전시회부터 전시 기간 중 심사를 통해 작가 1명(팀)을 선정해 상금 3000만원을 수여한다. 올해는 2014년 이완 작가에 이어 두번째 '작가상' 수상자가 나온다.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개인과 사회, 역사와 전통, 미래의 이슈까지 심도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참신한 시각과 열정을 확인하고 생동하는 한국미술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기간 중에는 참여 작가와 전시기획자, 추천위원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상영회나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작가별 프로그램과 강연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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