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도, 염색도 무용이 된다…경계 사라진 '몸짓'의 확장

국립국악원-국립현대무용단, 英 칸두코댄스컴퍼니, 서울시무용단 등 연말 기대작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11.23 11:25  |  조회 9163
오는 25~26일 '춤의 연대기' 공연에 오르는 안애순 안무의 '강강수울래애' 공연 연습 모습/사진제공=국립국악원
오는 25~26일 '춤의 연대기' 공연에 오르는 안애순 안무의 '강강수울래애' 공연 연습 모습/사진제공=국립국악원
오는 25~26일 '춤의 연대기' 공연에 오르는 박순호 안무의 '조절하다' 공연 연습 모습/사진제공=국립국악원
오는 25~26일 '춤의 연대기' 공연에 오르는 박순호 안무의 '조절하다' 공연 연습 모습/사진제공=국립국악원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몸짓이 장르의 경계도, 신체의 한계도 무너트렸다. 국악 연주법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천을 염색하는 과정도 춤의 일부분이 된다. 영국에서 온 '칸두코 댄스 컴퍼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가 한 무대에 서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깬다.

◇ 국립국악원과 국립현대무용단의 호흡, 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춤의 연대기'

전통 무용이 현대음악을, 현대무용이 전통음악을 만난다. 국립국악원과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는 25~26일 공동 제작한 '춤의 연대기' 공연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전통무용 '강강술래'를 소재로 현대적 안무와 음악을 곁들인 안애순 안무가의 '강가앙수울래애'와 가야금 등 현악기 연주법을 몸짓으로 표현한 현대무용가 박순호의 '조절하다'다.

'강가앙수울래애'는 '강강술래' 춤의 이미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원'(circle)의 형태를 주요 모티프로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순환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전통무용을 선보여왔던 국립국악원 무용단 20여명은 오르골을 활용한 색다른 현대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춤이 지닌 고유의 특성을 보여준다.

'조절하다'는 국악의 현악기 연주법 중 하나인 '농현'(弄絃)을 몸의 움직임으로 해석해 선보인다. '농현'은 현악기를 연주할 때 왼손으로 줄을 짚어 원래의 음 이외에 여러가지 장식음을 내는 기법이다. 박순호 안무가는 '활'과 '활쏘기'와 같은 움직임에 담긴 인간의 본성에 집중해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용수의 움직임은 현을 누르고 튕기고 뜯고 문지르는 순간에 집중한다. 국립국악원의 김영질(아쟁), 이재하(거문고), 이오훈(대금) 등이 함께 한다.

영국 칸두코댄스컴퍼니가 선보이는 안무가 알렉산더 휘틀리의 작품 '비헬드' 공연모습/사진제공=주한영국문화원
영국 칸두코댄스컴퍼니가 선보이는 안무가 알렉산더 휘틀리의 작품 '비헬드' 공연모습/사진제공=주한영국문화원

◇ 장애인-비장애인 무용수가 함께 꾸미는 '칸두코 댄스컴퍼니'의 무대

장애인, 비장애인 무용수로 구성된 영국의 칸두코 댄스컴퍼니가 주한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다음 달 3~4일 내한공연을 갖는다. 세계 무대에서 20여년 간 활동하며 예술과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칸두코 댄스 컴퍼니는 안무가 알렉산더 휘틀리의 작품인 '비헬드'(Beheld)와 시각예술가 헤타인 파텔의 '렛츠 토크 어바웃 디스'(Let’s Talk About Dis) 두 작품을 선보인다.

'비헬드'는 우아한 동작과 표현력이 눈에 띄는 작품으로 닐스 프람의 매혹적인 음악과 함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렛츠 토크 어바웃 디스'는 무용수들의 몸과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서울시무용단은 배우, 영화, 염색과 한국무용을 결합한 공연 '더 토핑'을 선보인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은 배우, 영화, 염색과 한국무용을 결합한 공연 '더 토핑'을 선보인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 서울시무용단이 선보이는 '3인3색' 한국무용 '더 토핑'

서울시무용단은 다음 달 8~9일 한국무용과 배우, 영화, 염색 등 색다른 요소와 협업한 실험적인 무대 '더 토핑'을 선보인다. 지난해 스트리트댄스, 발레, 애니메이션, 연극, 국악 등과 결합한 공연을 선보인 뒤 두번째 시도다. 서울시무용단원 3명이 직접 안무가로 나서 경계없이 자유롭게 창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박수정은 한국무용을 전공한 영화 배우 한예리는 소녀에서 엄마가 되고 늙어가는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지나간 여인에게'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예리의 연기와 춤 등 표현력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설명이다.

무용수 강환규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속 인물이 주는 이미지와 색감을 표현한다. 무용수의 인터뷰 영상과 춤을 한데 섞어 표현한다. 친숙한 영화를 활용해 무용공연이 어렵다는 편견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무용수 이진영은 한국무용과 염색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인다. '비욘드 레테'라는 제목 그대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 레테를 소재로 한다. 이승과 저승, 기억과 망각의 사이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이 염색되어가는 과정과 함께 춤으로 표현한다. 3인 3색의 작품은 한국무용의 또다른 잠재력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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