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유행이라던 '숏패딩'…나만 안 보이나?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0.01.10 06:0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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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패딩, 롱패딩 제쳤나/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
올겨울 대란템(아이템) 숏패딩? 롱패딩 가고 숏패딩 왔다?
까맣고 긴 '김밥 패딩'에 질린 소비자들은 올겨울 숏패딩에 지갑을 열었을까. 숏패딩 유행의 진실은 '가뭄 속 가랑비'로 설명된다. 롱패딩보다 숏패딩이 선전한건 맞지만 포근한 겨울날씨에 패딩 매출이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단비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와 유통사마다 올겨울 매출 타격에 시름이 깊다. 겨울장사는 추워야 잘 되는데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이 2.8도로 평년(0.5~1.5도)보다 높아서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A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9.7% 줄었다.
그래도 롱보단 숏…노스페이스 '근육맨 패딩' 등 인기
현대백화점에서 고객이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숏패딩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현대백화점 |
숏패딩과 롱패딩, 각각의 판매 성적은 어떨까. 현대백화점 9~12월 아웃도어 패딩 매출을 살펴보면 숏패딩이 6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롱패딩은 16.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미들패딩(15%)이었다.
추위가 매서웠던 2017년, 그리고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겨울 숏패딩 매출 비중은 확연히 높아졌다. 2017년엔 롱패딩이 81%로 대부분이었고 미들패딩(10.5%), 숏패딩(8.5%) 순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롱패딩(58.1%), 숏패딩(28.2%), 미들패딩(13.7%)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겨울 패딩 전체 매출이 좋지 않지만 숏패딩의 경우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근육맨 패딩'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1992 눕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숏 마운틴 쿡 다운' 등이 매출을 견인했다.
숏패딩 판매율은 70%, 롱패딩은 50%…대박 없이 중박과 쪽박
노스페이스 '슈퍼에어다운' 신민아 모델컷/사진제공=노스페이스 |
브랜드별 사정도 비슷했다. 밀레는 롱패딩을 10만장, 숏패딩을 3만장 입고했는데 롱패딩 판매율은 50%에 그친 반면 숏패딩 판매율은 70%에 달했다. 없어서 못 팔던 롱패딩 대란은 옛말이고, 숏패딩은 대박에 못미치는 '중박'을 기록했다.
네파의 경우 올겨울 숏패딩 매출이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 120% 늘어난 반면 롱패딩은 급감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코오롱스포츠는 "롱패딩, 숏패딩, 플리스 세 가지 상품의 판매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세대별 차이 뚜렷…1020 사이에선 숏패딩 유행 '진짜'
1020은 숏패딩, 3040은 미들패딩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픽=다이나핏 제공 |
결국 '숏패딩 유행'은 반쪽짜리 진실인 셈이다. 롱패딩보다 사정은 낫지만 패딩 전체 실적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어서다. 다만 세대별 차이는 있었다. 10대, 20대 사이에선 숏패딩이 올겨울 트렌드로 부상했다.
다이나핏이 지난달 622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패딩 선호도(롱, 미들, 숏 중)를 조사한 결과 10대와 20대의 각각 46.5%, 41%가 숏패딩을 꼽았다. 반면 30대와 40대는(각각 40%, 46%) 미들패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20세대가 자주 찾는 무신사스토어에서는 올겨울(11월1일~1월5일) 숏패딩 판매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30% 급증했다. 캐주얼 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에서도 숏패딩 매출이 16배 늘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평창 롱패딩' 같은 히트상품이 겨울에 한번 나와줘야 하는데 2년 연속 부재한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숏패딩 물량을 확 늘릴 수도 없어서 플리스 등 대안 아이템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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