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딸에게 '비밀 폰' 사준 남친…고등학생이라더니 49살 유부남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3.15 09:33  |  조회 5381
49세 성인 남성과 13살 여아가 나눈 대화 내용을 재연한 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49세 성인 남성과 13살 여아가 나눈 대화 내용을 재연한 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초등학생 딸이 몰래 연락하던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49세 남성이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어린 딸의 비밀을 알게 된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됐다.

어느 날 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으로 남자친구와 연락하는 걸 보게 됐다. 딸은 남자친구가 19살이라고 했고, 초등학생인 딸이 고등학생과 만난다는 사실에 걱정이 된 아버지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만나자"는 아버지의 말에 상대는 "제가 지방에 있어서요"라고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아버지는 상대 남성의 목소리가 고등학생 같지 않아 의심을 시작했다. 딸의 휴대폰 속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남자친구 나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 남성은 주민등록 앞 번호가 '021122'라고 했다. 출생 연도로 미뤄 고등학생이 아닌 23살 성인이었던 것.

휴대폰에선 딸과 상대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아빠와 딸처럼 보일 정도로 상대 남성의 나이는 많아 보였다. 아버지는 "그때 그 순간부터는 세상 억장 다 무너졌다"며 당시 충격을 전했다.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다그치자 상대 남성은 "죄송하다"고만 했고, 재차 나이를 확인하자 이번에는 36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죄송하다. 경찰서 가면 저 감옥 간다. 저 감옥 가기 싫다"고 빌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의 나이는 1976년생, 49살인 것이 밝혀졌다. 아이의 아버지보다도 다섯 살이 많았고, 심지어 결혼도 한 유부남이었다.

처음에 상대 남성과 손만 잡았다던 딸은 경찰 조사에서는 포옹까지 했다고 밝혔고, 이후 해바라기 센터(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 상담 결과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딸은 익명이 보장되는 오픈채팅에서 만났고, 상대 남성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주로 다이소, 아트박스, 이마트 등에 쇼핑하러 갔고, 상대 남성은 장난감을 사주는가 하면 5000원, 1만원까지 용돈도 줬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이 남성은 '몰래 연락하자'며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휴대전화에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만 수천 건이었다.

'나 혼자만 애타게 연락을 기다리는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자기야' 등 연인끼리 나눌 법한 대화와 '지금 모습 보고 싶어. 많이. 침대랑. 진짜 기대함'이라며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아동 성적 길들이기다. 마치 자기는 순진한 사람인 척, 낭만적인 척하는데 실제로는 거미줄을 쳐서 아이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이 많고,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말해야만 어린아이를 속박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교수는 "말하다가 불리해지면 (이 남성이) 휴대전화 얘기를 꺼낸다"며 이 남성이 직접 개통해준 휴대전화에 집중했다.

실제 이 남성이 보낸 메시지 중에는 '너 때문에 휴대전화에 다달이 나가는 돈이 4만7000원이야. 2년 계약. 그니까 헤어지면 안 되지', '헤어지면 폰도 압수인데'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부담감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실제로 제작진이 2010년생~2012년생인 미성년자인 척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자 성인 남성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한 남성은 "욕구를 풀고 싶을 땐 어떻게 해?"라고 물었고, 2010년생으로 위장한 제작진에게는 "혹시 양아빠 필요해요? 맛난 거 사주고 고민 상담. 용돈 가능. 40살이에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어 충격을 안겼다.

오픈채팅방을 통한 범죄는 꾸준히 발생해왔다. 지난 1월, 40대 후반 남성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12살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룸카페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바 있으며, 같은 달 25세 남성이 같은 방법으로 12세 초등학생을 만나 룸카페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오픈채팅은 방 개설에 특별한 연령 제한이 없어 미성년자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성범죄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어른들이 자기들 욕심 채우려고 아이들의 미숙함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그런 걸 이용해 덫을 놓는 어른 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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