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바나나, 87억에 팔렸다…산 사람은 "먹겠다" 선언, 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11.21 14:25  |  조회 12507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87억원에 낙찰됐다. /AFPBBNews=뉴스1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87억원에 낙찰됐다. /AFPBBNews=뉴스1
은색 테이프로 벽에 붙여둔 바나나가 경매에서 약 87억원에 팔렸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이야기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7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의 당초 예상 낙찰가는 100만~150만 달러(약 14억~21억원)이었으나 이를 6배나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이번 경매는 현장은 물론 전화, 온라인 등으로도 입찰이 진행돼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매장에 작품에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으며, 80만 달러(약 11억원)에서 시작한 입찰가는 20초도 지나지 않아 최고 추정가인 150만 달러를 넘어섰다.

'코미디언'은 은색 접착테이프로 생바나나를 껍질째 흰 벽에 붙여놓은 형태의 작품으로, "센세이셔널한 바이럴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소더비는 이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바나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카텔란은 3부작의 이 작품을 2019년 12월 아트 바젤 마이애미 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벽에 붙은 바나나였지만 12만~15만 달러(약 1억6000만~2억1000만원)에 팔렸고, 이는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당시 미국 뉴욕의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벽에 붙은 바나나를 떼어먹으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후 지난해 5월 서울대에서 미학을 복수전공하는 남학생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코미디언'의 바나나를 떼어먹는 모방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 학생은 바나나를 먹고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술관 측은 벽에 붙은 바나나를 2~3일에 한 번씩 신선한 것으로 교체하며 전시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바나나를 벽에 붙였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개념미술인 만큼 카텔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여 별다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

경매 수수료 포함 약 87억원을 지불한 이는 중국 태생의 가상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으로 전해졌다. 그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롤 각각 한 개와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이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 진품 인증서를 받게 된다.

저스틴 선은 "이것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밈',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현상을 나타낸다"며 "이 작품이 미래에 더 많은 생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기리는 방식으로 바나나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경매에 나온 작품 속 바나나는 이날 경매 전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근처 방글라데시 상인의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약 500원)에 산 글로벌 식품 회사 '돌'(Dole)의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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