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십자가 밟기' 강요당해"…구미 콘서트 취소에 '반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12.23 15:42  |  조회 5032
가수 이승환.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이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승환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 대관 취소와 관련해서 입장을 밝힌다"며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이승환은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전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가수 이승환이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미문화예술회관 측에서 요구받은 서약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이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미문화예술회관 측에서 요구받은 서약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이승환은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구미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고 추측했다.

구미문화예술회관 측에서 지난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미이행 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관 규정 및 사용 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2일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구미시 서약서 작성 요구를 '십자가 밟기'에 빗대기도 했다. 십자가 밟기는 과거 일본 에도 시대, 기독교 탄압 정책의 일환으로 십자가 상이 새겨진 금속판 위를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게 하면서 이에 동요하거나 거부하는 기독교인을 색출해 처벌했던 것을 말한다.

이승환은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됐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승환은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데뷔 3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HEAVEN'(헤븐)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공연을 이틀 앞두고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오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승환 씨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문화예술회관의 설립 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된 윤석열 탄핵 촛불 문화제에 출연했다.

이후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공연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경북 구미시청 입구에 "이승환의 '탄핵 축하 공연' 구미시는 즉각 취소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보수단체 측은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와 정치가 위기에 몰린 이 중대한 시국에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의 구미 공연은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콘서트를 빙자한 정치적 선동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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