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죽여줘" 친누나의 가스라이팅... 30년 만에 모범수로 출소[뉴스속오늘]

친누나에 속아 살인 저지른 앤드류 서, 징역 100년 선고…"엄마도 누나가 죽였다" 주장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5.01.26 06:00  |  조회 3592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다큐멘터리 '서의 집'(The House of Suh) 캡처
/사진=다큐멘터리 '서의 집'(The House of Suh) 캡처
2024년 1월26일. 어머니 재산을 독차지하려던 누나의 꾀임에 속아 살인을 저질러 징역 10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재미 교포 앤드류 서씨(당시 50·한국 이름 서승모)가 30년 만에 모범수로 조기 석방됐다. 서씨는 교도소를 나오자마자 교인들이 건넨 두부를 먹으며 출소를 축하했다.

서씨는 대학 2학년이던 1993년 9월25일 누나의 동거남이던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을 총격 살해했다. 만 19세. 그는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의심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사망보험금 펑펑 쓴 누나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씨는 두 살 때인 1976년 5살 위인 누나 캐서린 서와 함께 군 장교 출신 아버지, 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에 이민했다.

아버지는 서씨가 11살 때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어머니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웠다. 아버지의 죽음 2년 뒤, 어머니마저 사망했다.

어머니의 죽음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어머니는 세탁소 안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강도에게 37차례나 칼에 찔렸다. 어머니를 발견했을 당시 서씨의 누나는 동거남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살인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았다.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은 80만달러가 지급됐다. 지금 한화 가치로 30억원 정도였던 보험금은 서씨가 수령했다. 그러나 서씨가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누나가 후견인으로 돈을 관리하게 됐다.

누나는 부모님의 집을 팔고 번화가의 집을 매입했다. 이후 동거남에게 사치품과 고급 승용차 등을 사주는 등 돈을 마음대로 쓰기 시작했다. 동거남과 약혼한 누나는 그와 함께 나이트클럽을 사들이고 동업했다.



갑작스러운 살인, 보험금 노린 누나에게 속은 남동생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부모의 사망 이후 서씨는 누나 캐서린에게 의지하며 살았다. 서씨는 누나의 제안으로 유명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이후 미식축구 선수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누나는 갑자기 서씨에게 자신의 동거남이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고 털어놨다. 사건 전 동거남에게 엄마의 유산을 언급한 적이 있었고, 그가 모든 걸 처리하겠다고 하더니 곧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

혼란스러워하는 서씨에게 누나는 자신이 당시 경찰에 동거남과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공범으로 몰릴 수 있어서 신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부모에 이어 누나까지 잃고 홀로 남게 될까 봐 압박을 느꼈다. 그때 누나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동거남을 죽이라는 것.

서씨는 누나의 살인 교사를 거부했고 누나는 그때부터 서씨에게 하루에 10통씩 전화하기 시작했다. 통화 내용은 동거남이 자신을 때리고 돈을 빼돌린다는 내용이었다. 누나는 계속해서 서씨에게 엄마의 복수를 종용했다. 엄마가 죽은 지 6년 뒤였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결국 1993년 9월25일, 서씨 누나가 동거남을 차고로 유인하자 누나로부터 받은 권총으로 동거남을 살해했다. 서씨는 1급 살인범이 돼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인교사와 살인으로 서씨 남매를 공범으로 취급했다.

이때부터 서씨 누나 캐서린은 본색을 드러냈다.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중 도주한 것이다. 동거남의 사망보험금 25만달러 수익자도 캐서린이었다. 캐서린은 이름을 바꾸고 하와이로 도주해 신분을 세탁했으나 결국 경찰에 붙잡혀 일리노이주 여자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민 도움받은 서씨, 모범수로 30년 만에 출소…누나는 종신형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SBS '꼬리에 꼬리르 무는 그날 이야기'
감옥에서 젊음을 보낸 서씨의 이야기는 시카고 교민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교민들은 서씨를 면회하며 응원했다.

서씨는 교도소 수감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공부를 계속해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했다. 교민들은 여러 차례 일리노이주 정부에 사면 청원을 냈다.

사면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서씨는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감형 요소가 인정돼 30년 만에 조기 석방됐다. 19세에 감옥에 갔던 서씨는 50세가 되어 바깥으로 나왔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는 서씨의 누나 캐서린은 교민들의 면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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