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GP 총격에 대응사격까지 32분…고장 난 중기관총 [뉴스속오늘]

GP에 날아든 북측 총격, 37분이나 흐른 후에야 제대로 맞대응…국민들 "진짜 전쟁 나도 이럴까" 걱정 쏟아져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05.03 06:00  |  조회 53973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사진=머니투데이 DB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사진=머니투데이 DB
2020년 5월3일 오전 7시41분.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 안의 북측에서 우리측 GP(비무장지대 최전방 감시 초소) 외벽으로 고사총 4발이 날아들었다.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30발을 사격했다. 국방부는 북측에 항의했으나 북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총성 들리자 반격…우리 군, 총 고장 상태로 대응 늦어져



훈련 중인 장병이 K-6 중기관포 사격하는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해병대사령부 제공
훈련 중인 장병이 K-6 중기관포 사격하는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해병대사령부 제공
오전 7시41분쯤 북한은 우리측 GP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당시 근무자는 우리 군 GP 건물 외벽이 피탄되는 것을 감지하고 비상벨을 눌러 피탄 사실을 GP 전 장병에게 알렸다. 7시45분 장병의 전원 현장 투입이 완료됐다.

이후 해당 GP 소초장은 GP 외벽에서 탄흔 3개를 확인하고 7시56분 대대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에 대대장이 8시 K-6 중기관총으로 대응 사격을 지시했다.

8시1분 K-6로 첫 대응 사격에 나섰으나 발사에 실패해 성공하지 못했다. 해당 K-6는 이후 조사에서 기능 고장이 뒤늦게 확인됐다.

결국 지휘통제실에 있던 연대장이 8시3분 K-3 기관총으로 대응을 지시했다. K-3를 사격 위치로 옮기는 과정에서 추가로 시간이 지연됐다. 결국 8시13분에야 최초로 15발을 사격했다. 북측이 아군 GP에 총격을 가한지 32분 만, 피탄흔적을 발견한 지 22분 만의 대응 사격이었다.

이 사이 GP 외벽 바닥에서는 북한이 쏜 14.5㎜ 탄두가 발견됐다. 사단장은 8시18분 북측 고사총과 같은 급인 K-6로 수동사격을 하라고 다시 지시했다. 아군 GP는 K-6를 이용해 북한 측 GP 감시소를 조준, 2차로 15발을 사격했다.



◇북측 갑작스러운 총격 이유, 오발?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사진=뉴스1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사진=뉴스1
같은 날 오전 9시35분 국방부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내 북측에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군 당국은 여러 정황에 기반해 북한의 총격은 '우발적 총격'이라고 밝혔다. 군은 총격 전후 해당 GP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고, 총격 당시가 북한군의 근무 교대 시점이라는 점과 총격 전후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었던 점 등을 볼 때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임무 교대 시기, 영농활동, 철모를 안 쓰고 돌아다녔다는 점들을 감안하면 우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외에도 우발적 상황임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정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거부했다.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는 사건 발생 23일 만에 GP 총격 사건과 관련해 남북한이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엔사의 조사는 DMZ 내 충돌 발생 시 이뤄지는 통상적 절차다.

합참 측이 우리 군의 30발 사격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한 것과 달리, 유엔사는 한국군이 북한군 소형 화기 사격에 대응해 32분 뒤에 사격 및 경고 방송 2회를 실시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늑장 대응에 쏟아진 국민 비판, 사단장 지시할 때까지 기다려…선조치 후보고 깼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사건 당시 GP 장은 지휘계통에 따라 북한군 총격 상황을 상급 부대에 보고했다. 대응 사격 명령은 앞서 군 관계자 브리핑에서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10여발씩 2회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사단장이 내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군은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도발에 대한 대응 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지휘 책임자)이 먼저 조치하고 사후에 상부에 보고토록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선조치 후보고'가 깨진 것.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이란 표현은 지휘관 직책을 가지고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대위부터 사단장(소장)급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군은 총성을 들도 외벽의 총탄 흔적을 확인한 뒤 대응 사격 및 경고 방송을 하는 데 20여분이 걸렸다. 다만 총탄 흔적을 발견하고 대응 사격을 하는 데는 10여분이 소요됐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 GP에서 대응 사격을 하려면 사격 과정에서 북측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GP 병력의 안전조치 등을 취해야 하는데 그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전 때는 북한군 포탄이 떨어진 지 13분 만에 응사했다"라며 "당시와 비교해도 총탄 확인 후 10여분 만에 대응한 것은 늑장으로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군 당국은 GP 장의 계급을 중위에서 대위로 한 단계 격상했다. 군 당국은 GP 장에 대위급을 배치하면 최전방의 우발적 상황에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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