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보고 있는데…동생 암매장한 엄마 '징역 7년→3년' 감형 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5.05 10:20  |  조회 7770
생후 1주일된 딸을 경기 김포시 한 텃밭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은 40대 친모 정모씨가 지난해 7월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생후 1주일된 딸을 경기 김포시 한 텃밭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은 40대 친모 정모씨가 지난해 7월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11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신생아 딸을 암매장해 살해한 엄마가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5일 뉴스1, 뉴시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 정재오 최은정)은 지난 1일 살인, 시체유기,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45)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2016년 8월 오전 10~11시쯤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의붓아버지 소유의 텃밭에 생후 2~3일 된 딸을 암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범행은 당시 11살 난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행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것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궁핍한 경제 사정과 유일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모와의 인연마저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범행 후 정황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당시 11살이었던 아들이 살해 과정을 지켜보게 해 학대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아들이 여름방학 중이라 장시간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범행 현장에 동행한 것일 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구속 직전까지 아들을 정성 다해 직접 양육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정씨는 20대 중반 결혼한 남성과 아들을 낳았다.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왔으나 남편이 해외 출국하면서 결혼 생활은 3년 만에 끝났다.

이후 홀로 아들을 키우던 정씨는 남편과 법률상 부부 관계가 유지되고 있어 한부모 가정 보조금 등을 지원 받지 못했고, 100만원 미만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2015년 겨울, 소개팅 앱으로 한 남성을 만났다 헤어진 뒤 임신을 알게 됐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하지 못해 이듬해 8월 딸을 출산하게 됐다. 출산 직후 병원을 통해 입양 절차를 문의했으나 법적으로 혼인 상태라 입양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아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딸 출산 사실을 몰랐던 친모에게 들켜 유일한 도움이 끊기게 된 점을 걱정해 결국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그럼에도 아들은 엄마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의 범행은 인천 미추홀구가 지난해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미추홀구는 "아이가 사망해 유기했다"는 정씨의 진술을 확보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생명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가지는 법익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고 죄책 역시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정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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