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도 그들을 도울 수 있어요"

[T20]내달 20개국 관광장관 부여회담..'글로벌 빈곤퇴치' 희망 띄울까

머니투데이 최병일 기자  |  2010.09.30 09:07  |  조회 5481
세계 20개국 관광장관 회담인 T20회의가 오는 10월11일 충남 부여에서 개최된다. 이번 관광장관 회담에서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계획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산업적 측면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관광산업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광산업은 세계경제 회복의 중심축을 맡고 있으며, 특히 경기회복의 관건인 고용창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ility), 친환경(eco-friendly),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등도 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등장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의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점차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산업으로 여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경제적 산업단지 육성뿐 아니라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고용창출과 지역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각에서 볼 때 관광산업이 기여하는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글로벌 빈곤 퇴치다. 선진국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

특히 저개발국가는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진국의 작은 소비가 이들 국가에는 축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관광은 경제적으로만 세계를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세계 각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관광산업이 지속가능성, 책임감, 공정 등의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빈곤 국가의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더 많은 소통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로 이어져 국가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세계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관광산업

2007년 세계의 관광객들은 개발도상국에서 2950억달러(미화 기준)를 소비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 투자되는 연간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엔이 주도해서 이뤄지는 지원보다 관광소비가 개발도상국에 더 큰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티오피아, 감비아 등 빈국을 보면 관광산업이 전체 수출금액의 각각 29.8%, 33.1%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World Bank·2009년).

미첼&애슐리(Mitchell&Ashley·2010년)는 관광은 부자 국가에서 가난한 국가로 '부'를 이전시키는 가장 큰 수단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는 관광자원이 주요 수입원이며 동시에 1등 수출품목에 해당한다. 방문객들이 편의시설이나 식사, 음료, 교통, 여가문화, 쇼핑을 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해당 지역 경제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이는 고용창출과 함께 빈곤퇴치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식품과 에너지 구입, 사회인프라 확충, 외채 상환 등에 사용돼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튀니지다.

튀니지는 관광수입이 총 국가산업의 14%인 15억달러(2003년 기준)를 차지한다. 이는 튀니지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벌어 국내로 송금하는 금액(16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튀니지 정부는 관광산업을 미래 전략산업 1순위로 정했으며 정부는 이를 위해 관광자원 개발, 공격적인 국가 홍보, 각종 국제행사 유치, 다양한 국제페스티벌 개최, 출입국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며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렇듯 개발도상국에서 관광산업은 경제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인프라서비스 개발을 위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관광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여행도 책임감 있고 공정하게 즐긴다

관광산업에 책임성과 공정성을 가미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관광객들이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 그 지역의 경제·문화·환경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제는 책임여행이 방문지역과 문화·경제적 나눔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정여행 개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영국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responsibletravel.com)과 슬로트래블(slowtravel.com), 미국 에티컬트래블러(ethicaltraveler.org) 등이 대표적인 단체다. 공정여행은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트래블러스맵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여행할 때 현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나 교통수단 등을 이용하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탄소배출 줄이기, 일회용품 사용을 가급적 줄여 환경오염이 되지 않도록 하기, 현지인을 착취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등이다.

관광 및 여행객들의 작은 행동 변화를 통해 해당 여행지역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지 문화 및 사람들과 소통에 더 힘을 기울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평화 증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책임여행자들 사이에는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미얀마는 여행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행하면서 쓰는 돈이 군부독재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책임여행을 지지하는 관광객들은 여행을 하더라도 군부가 운영하는 국적기나 국영업소를 피해 다소 불편하거나 비싸더라도 민간업체를 이용하며 그들의 조그만 행동이 해당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해 1월 윤리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이 설립됐으며 평화여행을 지향하며 2006년 설립된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 또한 공정여행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공정여행에 대한 인식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태평양지역관광협회(PATA)가 지난 2월 한국·인도·중국·독일 등 10개국, 50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63%가 '현지 문화와 환경을 보전하는 책임감 있는 공정여행에 여행경비의 25%까지 더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 여행방식에 한계를 느끼는 여행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며 우리의 여행의식이 성숙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관광을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를 접한다. 동·서양의 문명뿐 아니라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토속신앙 등 다양한 종교를 접하기도 하고 타 지역의 음식과 언어, 삶의 방식 등을 배우기도 한다. 관광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다양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서로의 갈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어 관광은 지역간·국가간 갈등을 줄이고 한 국가, 나아가 지구촌을 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곳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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