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숙원 '롯데맥주' 과연 잘 팔릴까

아사히맥주와 제휴 시 기술력 위협적 수준..마케팅 등 안착 만만치는 않아

원종태,장시복 기자  |  2012.01.18 11:58  |  조회 743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오래전부터 맥주 제조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는 2010년 12월말 열린 수입맥주 아사히의 '국내 판매 100만 상자 돌파' 기념식에서 "1~2년내 반드시 맥주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의지를 불사르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일본아사히맥주 오키타 히토시 회장과 나란히 앉아 맥주사업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롯데그룹이 충주에 70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18일 발표하면서 드디어 맥주사업에 출사표를 던지자,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던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에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맥주시장에서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진출은 신 회장의 오랜 의지와 그룹 차원의 지원이 맞물릴 경우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롯데가 일본 아사히맥주와 기술 제휴를 맺고 맥주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양대 기업을 견제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 맥주는 일본 아사히맥주와 사업 제휴를 통해 맥주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롯데가 아사히맥주와 어떤 식으로 제휴를 맺고, 어떤 맛의 맥주를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 안착이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맥주시장 1위인 아사히맥주의 기술력은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기존업계, "롯데 맥주 신경 쓰여"

주류 전문가들도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진출이 맥주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수라는데는 공감했다. 특히 롯데의 맥주사업 독자 진출이 신 회장의 오랜 바람이었던 데다, 내부적으로도 오랫동안 착실하게 주류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안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위스키 시장에서는 15년째 사업을 하고 있고, 2009년 1월 두산주류 인수로 소주시장에서 노하우도 쌓을 만큼 쌓았다"며 "오비맥주 인수에 실패한 이후 주춤했지만 과감히 맥주시장 독자 진출을 선언할 만하다"고 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파워와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의 노하우가 롯데 맥주에도 전이된다면 기존 맥주업체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일단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 최단기간에 강자로 부상하려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며 "진출 1∼2년내에 맥주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현재 점유율이 급감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점유율을 상당부분 파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이트맥주는 신제품 출시와 기존 제품 마케팅에 잇따라 실패하며 지난해 4분기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 준 이후 최근까지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맥주와 협력 여부도 관건

이 같은 전망에는 롯데 맥주가 아사히맥주와 손잡을 경우 품질 면에서 기존 맥주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와 일본 아사히맥주가 공동 출자해 만든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사히맥주를 선보인 이래 2010년까지 5년간 매년 평균 54%씩 판매량을 늘린 바 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120만 상자로 전년대비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롯데아사히주류는 이전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아사히맥주 취급업소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롯데아사히주류의 공격적인 사업 확대도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짠 경영' 롯데, 맥주시장 진입 쉽지 않을 수도

그러나 롯데 맥주가 양강구도의 맥주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의외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려고 애쓴 것이나, 최근까지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KKR에 인수 여부를 타진했다는 업계의 풍문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맥주사업은 새로운 신규 브랜드의 진입 자체가 힘들다.

한 주류 전문가는 "롯데 맥주 출시는 일정상 2~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국내 맥주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상위 10개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롯데 맥주가 11번째 내지 12번째 맥주 브랜드를 내놓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쉽게 먹혀들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주류 전문가는 "맥주업계에서는 점유율 1%를 늘리기 위해 200억∼30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써야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신생업체인 롯데 맥주가 1∼2년만에 점유율 10%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이른바 '짠돌이 경영'으로 마케팅 지원 등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초기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또 다른 전문가는 "롯데는 15년간 위스키 사업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2위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만년 3위에 그치고 있다"며 "두산주류를 인수해 안착한 소주와 달리 독자진출로 맥주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 주류사업 주요 진행 상황>
1977년 롯데주조 설립
1980년 캡틴큐(기타 재제주) 출시
1997년 위스키 스카치블루 출시
2000년 ㈜하이스타 (주류수입사) 설립
2000년 일본 아사히맥주 런칭
2004년 ㈜롯데아사히주류 설립(일본 아사히맥주와 8:2 출자)
2009년 두산주류BG 인수
2009년 3월 롯데주류 출범
2009년 5월 오비맥주 인수 실패
2011년 10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 통합
2011년 12월 롯데아사히주류 와인사업부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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