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그리다" 펜 대신 붓을 든 11명의 문인들

25일 개막, 시민청 예술축제 '시끌벅적 미술관'··· 특별기획전 '이야기를 담은 그림'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4.07.23 05:59  |  조회 6379
5명의 시인과 6명의 작가가 펜 대신 붓을 잡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글과 그림의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여자 김승옥, 김지하, 김채원, 문형렬, 윤후명, 이상교, 이잠, 이제하, 정현우, 하창수, 호영송(가나다순)
5명의 시인과 6명의 작가가 펜 대신 붓을 잡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글과 그림의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여자 김승옥, 김지하, 김채원, 문형렬, 윤후명, 이상교, 이잠, 이제하, 정현우, 하창수, 호영송(가나다순)


이제하 시인의 '구름의 초상'(왼쪽)과 '문 밖의 말' /사진제공=시민청
이제하 시인의 '구름의 초상'(왼쪽)과 '문 밖의 말' /사진제공=시민청
"구름은 유목민 같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선비정신으로 버티고 참아온 거죠. 나는 또 어릴 때부터 자유롭고 힘찬 말이 좋았어요. 말과 구름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자연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죠. 허허."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제하의 그림 속 구름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계 형상을 품고 있는 구름은 우리가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살아가야할 시간에 대한 엄숙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제하 시인은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는 추세니, 다양한 작업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 쓰고 그림을 그릴 테고, 화폭에는 구름을 많이 담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 시인은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30년 넘게 시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요하고 묵묵하게 흘러가는 구름, 또 힘차게 뛰어오르는 말을 동시에 좋아한다는 이제하 시인의 예술세계를 문학이 아닌 미술로 만나볼 기회가 열렸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2층에서 열리는 시민청 예술축제 '시끌벅적 미술관'의 특별기획전시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통해서다.

김채원 작가의 '개안'(開眼)1 /사진제공=시민청<br />
김채원 작가의 '개안'(開眼)1 /사진제공=시민청
이 시인뿐만 아니라 글 쓰는 작가들 중에는 오랜 세월 그림을 그린 이들이 여럿 된다. 그 가운데 마음을 맞춘 11명이 전시를 열고자 한자리에 모여 1인당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소설가 김채원 역시 이대 회화과 출신으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작가들 중에 혼자서 꾸준히 그림 그리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같이 모여서 전시를 열면 어떨까 줄곧 생각했다"며 "마음먹고 화랑을 알아보던 중 이번 예술축제 측의 제안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하 선생님께서 평소에 그림이 좋다고 느꼈던 분들에게 연락을 하셨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첫 미술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가 선보일 다섯 작품의 주제는 모두 '눈을 뜬다'는 의미의 '개안'이다. 새가 부리로 창호지 발린 문을 쪼아 뚫고 나오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는 "새롭게 눈을 뜨고 싶다는 의미를 그림에 담았다"고 했다. 또 "막상 전시회를 열 생각을 하니 부끄럽지만 그림과 글을 통해 많은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소위 쟁쟁한 문인들이 총출동했다. 김지하 시인은 먹으로 쓴 글씨를 담은 서화를 내놨고, 하창수 작가는 서예 작품을 출품했다. 그밖에 김승옥, 문형렬, 윤후명, 이상교, 이잠, 정현우, 호영송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상교 작가의 '색동옷 처녀'(왼쪽)와 이잠 작가의 '자화상' /사진제공=시민청
이상교 작가의 '색동옷 처녀'(왼쪽)와 이잠 작가의 '자화상' /사진제공=시민청
김지하 시인의 서화 /사진제공=시민청
김지하 시인의 서화 /사진제공=시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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