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여자들이 20년간 사랑한 디자이너

[★디자이너인터뷰] 손정완 "정부 패션에 투자의지 있지만 아직 서툴러"

이명진(사진=임성균 기자)  |  2010.08.24 11:22  |  조회 2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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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풋풋하긴 해도 30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무르익은 매력을 좇아갈 순 없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끊임없이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농염한 작품을 선보이는 중견 디자이너 손정완(51)의 말이다. 최근 서울 논현동 소재 매장에서 만난 그녀는 디자인 철학을 묻는 질문에 "아름다움이 쌓여서 녹아 있는 섬세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엘버엘바즈나 마크제이콥스 같은 무르익은 디자이너를 좋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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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완은 지난 20여 년간 한결같이 고급스럽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여성들에게 선물했다. 그 때문인지 그녀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꾸준하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고 예복으로 한번 쯤 꼭 입어보고 싶은 옷을 꼽으라면 '손정완'을 말한다. '첨단유행의 경연장' 강남에서 흔들림 없이 버텨낸 저력의 디자이너답게 그녀의 브랜드는 지난 20년간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해 한 번도 밀려나지 않은 유일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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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을 묻자 그녀는 '피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패션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사회현상, 경제여건 등이 끊임없이 반영되는 분야지요. 한시도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는 분야지만, 3자매가 같이 일을 하는 덕분에 저는 디자인만 전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손정완' 브랜드는 첫째동생이 사장, 막내 동생은 실장, 손정완 본인은 디자이너인 말 그대로 '자매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360억원. 1989년 브랜드를 만든 이후 매장은 현재 모두 34개로 늘었다. 올해는 남성복 시장에도 새로 도전장을 냈다. 손정완은 "자연스런 남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며 "여성복 노하우를 접목해 고급스러운 남성복을 만들고 싶다"며 신참(?)의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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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엿장수 엿가락 장단에 맞춰 춤추고 옷 입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소녀였다. 숙대 미대를 다닐 때도 학교에서 옷 잘 입기로 유명했다. 의류학과에 다니던 친구가 ‘미술하는 네가 의류전공자 보다 낫다. 디자이너 한번 해 봐라’며 권유했던 것이 인연이 돼 20년째 이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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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논노’브랜드와 여성복시장 양대산맥이던 ‘뼝뼝’이라는 의류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손정완은 전위적이고 도전적인 것에 심취했던 터라 정해진 스타일의 옷을 만드는 것이 지루하고 힘겨웠다. 결국 어머니께 돈을 빌려 압구정동에 가게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그녀의 옷가게는 승승장구했다. 1990년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을 받았고 삼풍, 롯데 등 백화점 입점 요청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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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완은 “디자이너는 예술감각이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구력이 중요하다"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숨이 찰 때가 있다. 한 시즌만 못 맞춰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라며 정상급 디자이너의 고뇌를 털어놨다.

시즌별로 100 모델 넘게 디자인하며 끊임없이 컬렉션에 참가하는 열정을 보인 그녀는 2006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후즈 넥스트'에 초청되는 등 해외로 무대를 넓힐 기회가 많았지만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지명도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디자이너 혼자 장시간 많은 것을 소비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고 자칫 소득 없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그 이유를 털어놨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레 화제가 정부의 패션산업 지원 문제로 돌아갔다. 그녀는 "정부의 투자의지는 강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과도기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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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콜라보레이션(디자이너와 기업의 협업)에 대해 "적절한 상대 고르기가 어렵다. 대부분 외국 디자이너를 영입한다. 한국 디자이너를 영입하려는 곳은 적고, 있더라도 이미지가 잘 맞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화장품업체와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며, 판매채널도 부띠크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고 있다"라고도 했다. 패션시장 전망에 관해서는 “비주얼이 중요해지는 만큼 패션시장은 건재 할 테고 그 시장에서 누가 살고 죽느냐는 개개인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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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옷을 잘 입으려면 어떻게 입어야 하냐고 묻자 “섞어 입으라”고 조언했다. “고급옷과 트렌드 옷을 믹싱하는 것이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얌전해보이다가 섹시해보이기도 하고 럭셔리하게보이면서 소탈해 보이기도 한 것이 완성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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