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사케'는 울고 '생수'는 웃고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1.03.24 15:37  |  조회 5973
#. 국내 유수의 식품업체 A사는 최근 미국에서 1억5000만 원 대의 방사능 검사 장비를 사들이기로 했다. 만에 하나 재료가 방사능의 영향을 받았을 경우 회사의 존립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 업체는 외부에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A사 관계자는 "괜히 알려지면 뭔가 문제가 있어서 기계를 샀다는 오해를 자칫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도 검사를 하고 있지만 더 철저를 기하기 위해 도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식품 업계가 '방사능 공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멜라민, 유전자변형물질(GMO)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파동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본에서 재료와 가공 식품을 수입해 오는 업체들의 걱정이 특히 크다. 반면 '주요 구호품'인 라면과 생수를 수출하는 업체들은 발주 물량이 폭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케·청국장 수입업체 '울상' =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케(청주) 수입 업체들은 요즘 울상이다. 후쿠시마와 이바라키(茨城), 도치기(檜木), 군마(群馬)현 등 원전 피해 인근 지역은 사케로 유명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방사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케에 대한 인기가 시들었다는 전언이다.

한 사케 수입업체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들어온 물량은 지진 사태 이전에 생산된 제품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다음 달 들어오는 물량부터는 걱정"이라며 "일식집이나 이자카야 등의 식당 업주들의 우려 섞인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원전 인근 4개 현에서 수입된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은 △사케 △청국장 △빵 △장류절임 △식초절임 △카라멜색소 △소스류 △유탕면류 △당류가공품 등 25건에 61톤 규모다. 다행히 아직까진 모두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발생 이전에 제조된 제품이어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청은 방사능 검사 설비를 강화하는 등 검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염 정도가 심화될 경우 일본산 제품의 유통을 보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업체들의 고민이 크다. 한 사케 업체 관계자는 "미국이나 베트남에도 사케공장이 있어 수입이 금지될 경우 미제·베트남제 사케를 사들여 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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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 관리' 들어간 생수·라면 = 반면 생수와 라면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가고 있다. 방사능 공포로 일본 발주 물량이 늘면서 공장을 '풀가동' 하는 등 생산 라인이 한껏 분주해진 분위기다.

↑머니투데이 자료 사진.
↑머니투데이 자료 사진.
생수 시장은 구제역 사태에 이어 일본 방사능 사태로 연인은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석수와 퓨리스의 이달 대(對)일본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177% 가량 늘어난 18만 상자를 기록했다. 제주삼다수도 이달 들어 일본으로부터 받은 주문량이 150톤에 달했다. '비상식량'으로 많이 쓰이는 라면도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농심은 이달 들어 일본으로부터 예년보다 2.5배 많은 750만 달러 규모의 라면 주문을 받았다.

◇외식업계 '방사능 해독성분' 호황 = 외식업계에서도 요오드 등 방사능 해독 성분이 함유된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레스토랑 '청담동48번지' 관계자는 "적포도주가 방사선 해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주말 전체 와인 판매량 중 레드와인 주문이 평소보다 배 늘어난 80%에 달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태 때도 '적포도주' 마시기가 권장됐다는 얘기가 퍼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건강기능식품 업체들도 방사능 해독 성분으로 알려진 '요오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세노비스의 '맨즈 멀티', GNC의 '메가멘', 한국 와이어스의 '센트륨' 등 요오드가 함유된 기능성 식품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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