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이면 효험을? 미백 화장품시장 '숫자바람'

시세이도 세럼 매출 130% 급증... "의약품과 혼돈" 지적도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  2012.02.22 14:50  |  조회 4407
ⓒ오휘
ⓒ오휘

사진 왼쪽부터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 시세이도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
사진 왼쪽부터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 시세이도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


# 평소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현주씨(31). 화장품의 성분과 기술, 효과를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 쇼퍼’다. 하지만 미백 화장품만큼은 예외다. 일반 화장품에 비해서 빠른 시간 내 효과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 씨는 '10일 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미백 신제품을 샀다. 날짜까지 ‘콕’ 찝어 내세웠으니 효능이 확실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최근 들어 화장품기업들이 미백제품에 이른바 ‘숫자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미백제품은 기능성 화장품 중에서도 빠른 시간 내 효과를 몸소 체험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한편 효능기간을 숫자로 구체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의약품과 혼동이 생긴다는 비판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출시된 미백화장품 중 숫자를 접목시켜 효능을 광고 중인 제품들이 줄잡아 10여 개에 달한다.

최근 출시한 일본브랜드 시세이도는 열흘 후 피부 개선효과를 내세운 ‘화이트 루센트 인텐시브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을 내놓고 긴 이름 대신 '10일 세럼’이라는 애칭을 강조하며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시세이도 관계자는 “임상테스트에 참가한 108명 중, 80%가 열흘 후부터 피부개선 효과를 봤다는 의미를 담아 '10일 세럼'으로 별칭을 정했다”며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어필하기에도 좋고 고객들도 긴 이름대신 쉽게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 키엘과 LG생활건강 오휘도 신제품을 내놓고 나란히 '2주 효능'을 광고 중이다. 키엘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과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은 2주간 꾸준히 사용하면 눈에 띄는 미백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키엘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면 국내외 브랜드들의 신제품 출시와 판촉 열기가 매우 뜨겁다"며 "새롭게 선보이는 미백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임상결과를 토대로 한 수치를 적극 홍보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백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남성용 화장품도 효능 날짜를 강조하고 있다 . 남성용 제품인 SK-II MEN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14일 동안의 피부변화’를 집중적으로 광고 중이다. 자체 개발 성분인 피테라가 90%이상 함유돼 있어 칙칙한 남성피부도 14일후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일반 제품에 비해 고객 반응도 좋은 편이다. 주부 이아람씨(40)는 “미백 제품을 막상 사려면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라 뭘 사야 할지 몰라 인터넷이나 입소문에 의지해 제품을 구매하곤 했다”며 “날짜를 명확히 내새워 판매하는 제품은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겨 구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세이도는 '10일 세럼'이 출시된 지난 1월 이후 전체 미백 세럼 제품의 매출이 130%나 급증했다. 키엘 '2주 스팟'도 출시이후 폭발적인 반응으로 키엘 브랜드 내 매출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이 시장에 선보인지 10일도 안됐지만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다른 기능성 제품에 비해 효능을 언급하기 애매한 것이 미백 제품"이라며 "효능날짜, 성분 등 제품의 특성을 숫자로 표현할 경우 과학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으나 화장품을 마치 의약품처럼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인케 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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