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 마니아女, 화장대엔 왜 온통 국산?

불황에도 브랜드숍 상반기 매출 40~50%↑… 연말 4000억 메가 브랜드도 나올듯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전혜영 기자  |  2012.08.18 06:28  |  조회 66240
수입품 마니아女, 화장대엔 왜 온통 국산?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정지혜씨(30·가명)의 화장대에는 각종 중저가 브랜드숍 제품이 가득하다. 정씨는 대학 입학 이후 줄곧 백화점에서 특정 수입 화장품만 구매하던 마니아였다. 화장품 매장에 새 제품이 출시되면 꼭 사서 화장대에 제품들을 나란히 줄세워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중저가 브랜드숍 제품과 고가의 수입 화장품을 블라인드 테스트(상표를 가리고 제품을 평가하는 방법)하는 한 케이블 방송사의 뷰티프로그램을 본 뒤로 수입화장품에 집착하는 습관을 말끔히 떨쳤다.

#중국인 관광객 양밍씨(45·가명)는 최근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비비크림과 수분크림을 각각 50여개씩 구입했다. 친척, 친구 등에게 줄 선물에다 지인들이 "대신 사다달라"고 부탁한 제품까지 더하니 100개가 훌쩍 넘었다. 양밍씨가 구매한 화장품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에 가면 반드시 구매해야할 목록'에 포함된 쇼핑 아이템이다. 중국 본토에선 한국 화장품이 다른 수입 브랜드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매출이 폭풍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입 고가화장품이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40∼50% 증가했다. 일부 후발 업체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60∼70% 늘어 지난해 연간 매출에 근접하기도 했다. 2010년 1조원 시대를 연 브랜드숍(아리따움, 보떼 등 멀티 브랜드숍 제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품 마니아女, 화장대엔 왜 온통 국산?
◇국산 로드숍의 역습…수입브랜드 매출 급감=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올 상반기 1913억원의 매출을 올려 브랜드숍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1594억원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업계 평균 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매출 4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1170억원)보다 45% 증가한 1698억원어치를 팔았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미샤의 대규모 세일 행사가 7월, 12월 등 하반기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연말에도 더페이스샵과의 매출 1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지난해 1, 2위 업체(미샤, 더페이스샵)가 나란히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4000억원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14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 늘었다. 에뛰드는 지난해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3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올 상반기에만 매출 1126억원을 올렸다. 증가율이 무려 73%에 달한다.

이밖에 스킨푸드,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토니모리의 경우 올 상반기 60%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수년째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던 주요 백화점의 고가 화장품 매출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11%를 기록한 롯데백화점의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2%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매출 증가율도 지난해 상반기 17%에서 올해는 5%로 낮아졌다.

◇중저가 브랜드숍 잘나가는 이유는=화장품 브랜드숍 매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수입화장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숍 제품 구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초 아이템인 에센스의 경우 브랜드숍 제품과 수입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평균 3∼4배 이상 차이난다.

지난 2002년 미샤가 처음 매장을 연 이후 만 10년이 지나면서 '브랜드숍 화장품=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도 한 요인이다. 브랜드숍 초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는 1만원대 이하 초저가 제품만 팔렸다면 최근에는 3만∼5만원대 기능성 기초제품들도 잘 팔린다. 이는 화장품 소비 패턴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특정 수입브랜드만 고집하는 로열티 높은 소비자보다 아이템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섞어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K-POP 등 한류열풍이 불면서 국내 화장품을 구입하는 외국인들도 급증했다. 명동 거리 브랜드숍 매장은 중국·일본인 등 관광객들로 늘 붐비고, 각 업체마다 해외까지 입소문이 난 '히트 아이템'이 있을 정도다.

■브랜드숍이란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파는 매장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은 여러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종합화장품 매장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미샤가 최초의 브랜드숍이며 이후 다양한 브랜드숍이 등장했다. 이들 브랜드숍 매장은 전국 3000여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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