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면 '쌍둥이칼', 한국 오면 "이것"

[신년기획] 지금은 '한류 3.0시대' (1) K뷰티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3.01.02 05:45  |  조회 369514
1990년대 말 국내 TV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에 방영되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열풍, 이른바 '한류'가 시작됐다. 2000년대 초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영상콘텐츠 중심의 '한류 1.0시대'가 열렸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이돌 가수가 부르는 'K팝'에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열광하는 '한류 2.0시대'로 전환됐다. 한국드라마와 음악,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K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K제품으로 번졌다. 2013년 세계가 낯설었던 한국음식에 중독되고 비싼 한국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한다. 한국연예인처럼 예뻐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면서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료계도 분주하다. 대중문화에서 전 산업으로 확산된 '한류 3.0시대'의 현상과 산업적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조망해본다.
↑ 아모레퍼시픽 미국매장
↑ 아모레퍼시픽 미국매장
#1. '이 모든 것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올초 할리우드 패션 아이콘 시에나 밀러를 자사의 최고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광고모델로 발탁한 이유를 한 줄로 요약한 카피 문구다. 사진 속에는 시에나 밀러가 피부 관리를 받고 나오다 파파라치에 포착되자 들고 있던 쇼핑백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세계 여성들이 이 사진에서 주목한 것은 아모레퍼시픽 로고가 선명히 찍힌 쇼핑백. 평소 아모레퍼시픽 마니아인 그녀는 미국 뉴욕 소호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스파'를 즐겨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피부관리 비결로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아모레퍼시픽 스파를 꼽을 정도다.

#2. 일본의 유명 칼럼리스트이자 파워블로거인 우에다 사치코가 올 상반기 패션잡지 '보체'에 꼭 써봐야할 화장품으로 LG생활건강 발효화장품 브랜드 '숨'의 시크릿 프로그래밍 에센스와 디톡스 마스크를 소개했다. 이 글은 방송과 인터넷 등으로 순식간에 퍼져 숨 화장품은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관광 구매품목 1순위에 올랐다.

일본내에서 '숨'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랐고 급기야 일본 다이마루 백화점이 LG생활건강에 입점 제의를 해왔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이 백화점 가장 좋은 자리에 '숨' 매장을 열었다.

대중문화를 원류로한 한류가 글로벌 트렌드화 되면서 'K뷰티'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K뷰티는 '한국(Korea)'과 화장품.미용을 뜻하는 '뷰티(Beauty)'를 붙인 것으로 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등장한 용어다. 문화컨텐츠에 한정됐던 한류가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LG생활건강 베트남 매장
↑LG생활건강 베트남 매장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서울 명동 등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잡는가 하면 해외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 매장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 업체는 물론 중저가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계는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뷰티 시장이 침체 일로를 겪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만은 활황세다. 대부분 업체가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독일 쌍둥이칼.일본 코끼리밥통보다 더 인기"=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화장품 쇼핑은 절대로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다. 과거 독일에 가면 쌍둥이칼, 일본에 가면 코끼리밥통을 구매하는 것이 관광쇼핑 법칙이었다면 최근엔 한국 화장품을 사는 것이 정석이 됐다. 특히 해외아모레퍼시픽 설화수.헤라, LG생활건강 후.오휘 등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한국 다녀오는 친구에게 사다달라고 부탁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면세점에 가보면 국내 화장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수입 브랜드 매장은 손님이 없어 썰렁해도 국내 브랜드 매장은 제품을 사려는 외국인 손님이 몰려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한 사람이 수십만원 어치는 기본이고 수백만원 어치 제품을 쓸어 담기도 한다. 지난달 23일에는 중국인 A씨 가족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토니모리 매장에 들러 친척.친구 등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마스크팩 1400개, 비비크림.선크림 등 2000여달러 규모 화장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이 국산 화장품 매장 면적을 올초 대비 각각 3배, 2배 이상 넓힌 것도 매출이 좋아서다. 롯데면세점은 중구 소공동 본점 9층, 잠실점 9층 전체를 화장품 매장으로 확장.구성했다. 신라면세점도 장충동 시내면세점의 국산 화장품 매장면적을 2배 이상 넓혔다. 이 결과 올 11월말 현재 롯데면세점의 국산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55%, 신라면세점의 경우 48% 각각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매장
↑아모레퍼시픽 중국매장
◇해외사업 승승장구…'사상 최대매출' 경신 행진=K뷰티는 해외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 등에서도 K뷰티의 명품화장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 2005년 홍콩에 이어 2010년 미국 뉴욕, 2011년 중국, 올해는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3개국에도 매장을 냈다. 에뛰드하우스는 11개국에서 200여개 매장을 운영중이고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도 아시아 주요 국가에 대부분 진출해 있다. LG생활건강의 후.숨.오휘.빌리프 등 브랜드도 중국, 미국, 대만 등 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4년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22개국의 약1000여개 매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해외 화장품 부문 매출도 가파른 성장세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3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 현재 3146억원으로 4분기 매출까지 더하면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대부분 브랜드의 해외 진출국과 매장수가 늘어난데다 올초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 인수에 힘입어 해외 매출액이 지난해 2900억원에서 올해 4500억원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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