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두 마을의 사연 깃든 마지막 민자역사
[김은혜의 노닐다<9>] 봉화·울진 원곡마을 주민의 마음 담긴 '양원역'에 가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은혜 칼럼니스트 | 2016.02.12 09:49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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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것들에서 낯선 무언가를 보거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방방곡곡을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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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
서울에서 양원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 종류의 기차를 타야한다. 바로 'O-train'이라 불리는 중부내륙순환열차다. 1호선을 기다리다보면 이따금씩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특이한 모양의 기차를 보곤 했는데 O-train도 그 중 하나다. O-train은 중부내륙권인 충청북도와 강원도, 경상북도를 거친 백두대간의 자연을 끼고 도는 기차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오송, 충주, 제천, 단양, 영주, 봉화, 철암 등을 거친다.
이 열차의 가장 큰 장점은 승객들로 하여금 다섯시간의 긴 기차여행을 무료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내부의 디자인이나 음악은 다소 산만하지만 승무원이 위트있게 진행하는 나름의 라디오 이벤트는 객실 내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떠나온 이들은 각자의 사연과 듣고 싶은 곡을 적어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러는 사이, 열차는 군소리 없이 대한민국의 산길을 묵묵히 오르고 오른다. 모니터로 보이는 기차의 시선에서 왠지 모를 우직함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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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
양원역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시절 낙동강 물줄기를 기준으로 나뉜 봉화 원곡마을과 울진 원곡마을, 즉 양쪽의 원곡마을이란 뜻으로 만들어졌다. 오로지 재를 넘어야 외부로 나갈 수 있었던 주민들의 고충과 의견을 모아 만들어진 역이 바로 양원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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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
산이좋아
이곳에 있었노라
물이좋아
이곳에 머물렀노라
화전밭 일구면서
살아온 세월 어젠데...
한평생 산따라 강따라
풀메기 등에메고 거릴며
사노라고...(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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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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