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패트릭 밀'이 제안하는 남자의 주거 공간

이응경 로피시엘 옴므 기자  |  2017.03.10 19:38  |  조회 6253
ARTISTIC ROOM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크게 주목받는 패트릭 밀. 그의 뉴욕 아파트 구석구석에는 남자의 공간 꾸밈을 위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패트릭 밀'이 제안하는 남자의 주거 공간


패트릭 밀의 사무실 풍경. 테이블 위에 놓인 노란빛 조명은 곧 공개할 그의 조명 컬렉션의 원형이다. 벽면 영감 보드에는 그에게 디자인 영감을 준 사진과 메모들이 가득 붙어 있다.



L’officiel Hommes(이하 LH) 자신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Patrick Mele(이하 PM) 뉴욕에서 주택과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공간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이쪽 세계에 발을 들였다.

LH 어떤 브랜드에서 일했는가?
PM 대학 2학년으로 올라가던 여름, 케이트 스페이드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뉴욕 바니스와 프라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매장과 쇼룸의 윈도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 작업을 함께 했고 가구, 미술품, 카펫, 빈티지 보석 등을 구입해 케이트 스페이드의 옷, 액세서리, 홈 컬렉션 등이 근사하게 돋보이도록 꾸몄다. 이런 작업을 통해 나는 스토리텔링 방법을 배웠다.

LH 다른 브랜드들과도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PM 미국과 유럽의 랄프 로렌 홈 컬렉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스타일링과 머천다이징을 담당했다. 데이비드 여먼과 제이 크루에서는 스페셜 프로젝트와 패브릭, 가구, 조명, 예술품 설치와 관련된 일을 진행했다.

LH 2011년 당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 ‘패트릭’을 시작했다.
PM 어릴 때부터 항상 회사를 차리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내 창조물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직접 운영하는 회사만큼 좋은 수단이 없는 것 같다.

LH 패트릭 대표로서 완성한 것 중 최고의 작품은?
PM 파리에 있는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게의 자택 인테리어가 마음속에 특별하게 남아 있다. 전설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도로시 드레이퍼가 1930년대에 디자인한 칼라일 호텔의 레노베이션 작업도 기억에 남는다. 시크함과 타임리스 클래식의 전형인 이 호텔에 내 감각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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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당신의 첫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은?
PM 나는 아홉 살 때부터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색상과 조명에 대한 의견이 확고했으며 가구들을 자주 재배치했다. 우리 집은 일종의 실험실이었다. 불과 열네 살 때 고향인 그리니치에서 윈도 디스플레이 사업을 시작했다.

LH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PM 내가 작업하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매력이 발산되는 것이다. 하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랄까. 스타일이 좋든 나쁘든 사람은 하나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냄새부터 조명까지 집을 이루는 하나하나가 그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LH 사무실 영감 보드에는 어떤 이미지가 붙어 있는가?
PM 뉴욕 노구치 박물관의 사진이 있다. 노구치 박물관을 세운 아티스트 이사무 노구치는 내게 강력한 영감을 주는 영웅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천재적이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감탄하는 이케아의 구름 조명 사진도 붙였다. 내가 토론의 패널로 참석할 아트 바젤과 12월에 찾아갈 디자인 마이애미의 사진도 있다.

LH 어디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가?
PM 박물관, 갤러리, 역사적인 건물, 미술 전시회, 패션쇼, 영화, 책, 길 위의 사람들, 옛날 데커레이터와 디자이너의 작품, 벼룩시장, 골동품 페어, 레스토랑, 바, 호텔 등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공간의 경우 외형보다는 느낌과 냄새에 강하게 반응한다.

LH 당신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PM 나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클라이언트의 개성에 맞춰 디자인을 진행한다. 물론 나 자신이 디자인 결과물을 필터링하지만 말이다. 클라이언트가 항상 원해왔지만 어떻게 창조해야 할지 몰랐던 것을 실현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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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테라스를 갖춘 집은 생각보다 드물다. 패트릭 밀은 그의 집에 테라스가 있음에 감사하며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친구들을 초대해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LH 2015년 맨해튼에 장만한 집 자랑을 해달라.
PM 우디 앨런의 집과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홀리 고라이틀리의 아파트가 있었던 장소와 무척 가깝다. 영화 속 장소 같은 집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테라스를 아낀다.

LH 20~30대 남자가 집을 꾸미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근사하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은?
PM 집에 디자인이 멋진 조명을 들여놓아라. 또한 차가운 공간에 따뜻함을 더하는 할로겐 램프를 선택해라.

LH 집을 꾸미기 전에 참고하면 좋은 것은?
PM 우선 자신이 소유한 옷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컬러, 패턴, 소재의 옷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LH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어디인가?
PM 욕실은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욕실이 잘 정돈되어 있는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가?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한 사람의 감각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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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밀의 감각적인 키친.


LH 당신이 완성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티스틱하다. 당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일지 궁금하다.
PM 나는 강렬한 컬러와 표현력, 거침없는 붓 터치 등 야수파 특유의 화풍에 강하게 끌린다. 특히 색채를 가장 잘 다룬 위대한 화가라고 생각되는 고갱의 작품을 사랑한다. 비슷한 이유로 마크 로스코, 요제프 알베르스, 케네스 놀란드와 에드워드 호퍼도 좋아한다. 얼마 전 멧 브로이어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케리 제임스 마셜’도 놀라웠다. 또한 에드워드 스타이켄, 세실 비튼, 피터 린드버그 등 20세기의 위대한 사진가도 정말 관심이 크다.

LH 2016년 소더비는 ‘소더비의 디자이너 쇼하우스와 옥션’이라는 타이틀 아래 디자이너 열두 명에게 방을 꾸며달라고 제안했다. 당신도 그중 한 명이었다.
PM 당시 어떠한 주제나 정의도 없이 방을 배정받았다. 먼저, 과거에 존재했지만 현재는 없는 방들에 대해 조사했다. 16세기에는 소중한 물건을 앞에 두고 꿈꾸거나 생각에 잠기는 개인적인 장소로 ‘휴게실(Withdrawing Room)’이 있었다.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람객들은 휴게실로 꾸민 나의 방을 동시대적인 콘셉트로 받아들이며 관심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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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뒤로 보이는 패브릭은 패트릭 밀이 디자인한 첫 번째 패브릭 작품 ‘그레이스’다. 아프리칸 부족과 키스 해링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그레이스는 키스 해링의 뮤즈였던 그레이스 존스를 의미한다.


LH 그림을 잘 연출하는 방법은?
PM 갤러리를 자주 방문해 작품이 어떻게 전시되어 있는지 관찰해봐라.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와 큐레이터가 깊은 고민 끝에 그림을 배치하기 때문이다.
LH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테리어는?
PM 여자들은 후각과 촉각에 민감하다. 매력적인 인테리어에는 좋은 향기와 거칠지 않은 소재의 가구가 필수다.
LH 의자를 사려고 한다. 어떤 것을 추천하겠는가?
PM 찰스 임스의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는 완벽한 형태, 편안함, 영원한 고전성이 담겨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LH 이케아에서는 무엇을 사면 좋을까?
PM 침구류를 추천한다. 솜깃털 베개와 이불을 직접 보고 만져봐라. 야외 다이닝을 위한 의자도 근사하다.
LH ‘이것 하나면 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싶은 아이템은?
PM 봄에는 당연히 꽃이다. 꽃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LH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가? 여행도 좋아하는가?
PM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해 내가 만든 음식을 함께 즐긴다. 또한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행복해한다. 최근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에 다녀왔다. 올해 안에 밀라노와 탕헤르, 밧모 섬에 가고 싶다.
LH 앞으로의 계획은?
PM 많은 사람이 내 감각을 공유했으면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사물을 만들어 내 이름을 내건 틀에 담아둘 예정이다. 방법은 다양한데 매장도 구상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에 흥미가 있기 때문에 패션 부티크 인테리어 작업은 계속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나의 미래 계획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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