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 다룬 '심야괴담회'…유족 대표 "굿 안해서? 안타깝다"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1.08.27 13:28  |  조회 4236
/사진=MBC
/사진=MBC
씨랜드 참사 등 실제 사건을 괴담 소재로 다룬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씨랜드 참사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서는 씨랜드 참사 후 폐건물 보존 임무를 맡고 있던 의경이 제보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날 방송에는 마을 주민들이 사건 현장을 찾아와 "굿만 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는 장면, 무당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재연으로 그려졌으며 "아이들의 한을 달래주지 않아 마을 아이들이 울 일이 생긴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고석 씨랜드 참사 유가족 대표는 27일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며칠 전 직원으로부터 제작진에게 자료 요청이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동안 어린이 안전 문제와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자료 요청이 있으면 조건 없이 수용해 왔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방송을 확인한 결과 이런 종류의 괴담은 유가족들이 많이 들어온 내용이다. 방화라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며 "다만 19명의 아이들이 참변을 당한 만큼 이 참사가 방송 소재로 사용된 점은 유가족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당시 현장을 지키던 분의 제보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내용 중에 과장된 것이 많다"며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이들을 위한 굿을 해주지 않아서라든가 하는 부분은 조금 안타깝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에 대해 '심야괴담회' 임채원 PD는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고자 했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임 PD는 "이 사건을 제보하신 분의 의도는 씨랜드 참사 이후 이야기되기만 했던 추모공원 설립이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씨랜드 참사가 잊히지 않길 바라는 의도가 담긴 회차였다고 밝혔다.

임 PD는 "유가족들이 세운 한국어린이안전재단에 방송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고, 자료 요청도 했다. 해당 재단 활동을 안내하는 영상도 전파를 탔다"며 괴담으로 소모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방송분에서는 제보자가 "이건 괴담이 아니다. 제가 겪은 일을 기억하고 싶어서 제보한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히는 모습이 나왔다. 출연진들이 애도를 표하는 장면과 함께 사고 재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함께 다뤄졌다.

'심야괴담회'는 씨랜드 화재 참사 외에도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그 옆집에 살던 여성의 사연과1990년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세 모자 피살 사건 등 지난 3주 간 연이어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뤄왔다.

오싹한 괴담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실제 사건이 다뤄지자 시청자들의 반발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심야괴담회' 시청자 게시판에 "'심야 괴담'이면 주제에 맞게 갔으면 한다. 실제 일어난 일들은 괴담이 아니라 사건"이라는 지적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실화 범죄는 유족들의 허락을 받고 방영하는 거냐"며 "출처가 불분명한 괴담을 재미 삼아 보는 프로그램에서 실화 범죄를 다룬다면 이야기거리로 전락한 피해자의 죽음과 고통에 유족들이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PD는"괴담 콘텐츠만을 다루다 보니,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고민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라며 "시청자들의 비판 의견이 계속된다면 실화 사건을 다루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씨랜드 화재 참사는 1999년 6월 경기 화성시의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 건물에서 불이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총 23명이 숨진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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