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못 준다는 남편, 아내는 투잡…'10년 대화 단절' 부부의 속마음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4.24 23:58  |  조회 46034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10년째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가방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가장인 아내와 방관하는 남편인 결혼 22년 차 '가방부부'가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남편은 10년째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었고, 아내는 방과 후 음악 줄넘기 강사, 퀵 서비스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었다.

아내는 결혼 직후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로 인해 혼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고 했다. 더욱이 부부는 무려 10년째 대화가 단절된 상태였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이어 공개된 일상 영상 속 아내는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아내는 딸의 등교 준비와 가족들의 식사 준비까지 척척 마친 후 집안일을 시작했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남편은 아내가 깎아둔 사과와 단백질 셰이크만 조용히 먹었다. 적막 속 남편이 식사를 하는 소리만 들려 출연진들은 깜짝 놀랐다.

아내는 "저는 (남편과) 별로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밉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말을 섞기도 싫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대화 단절된 지 한 7~10년 정도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남편은 대화 단절에 대해 "중간에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으니까 자꾸 망설이게 되고 안 하게 되니까 더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가 신혼 때는 어땠는지 궁금해했고, 아내는 "그때도 아주 화목한 그런 신혼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집안일을 모두 마친 아내는 새롭게 시작하는 방과 후 수업 강사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초등학교에 방문해 계약을 마친 뒤 퀵 서비스 배달에 나섰다.

아내가 강사 일을 하는 초등학교만 6개에 달했고, 방학인 1~2월에는 퀵 서비스 배달 중이었다. 아내는 밀려드는 배달 때문에 차 안에서 급하게 주먹밥으로 물도 없이 끼니를 해결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내는 남편과 맞벌이 중임에도 투잡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하면서 남편이 직장인에서 개인 사업을 하게 됐다. 직접 차를 사서 차를 파는 과정에서 이윤을 남겨야 생활비를 갖다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혼 시작부터 '생활비를 주기 힘들다'고 얘기하더라. 저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그러면 내가 버는 돈으로 생활을 해야 하나?'하고 더 깊이 대화를 못 나누고 그렇게 생활을 하면서 불만이 쌓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편이 육류 유통업을 하는 10년 동안 100만원 정도 줬고, 최대 받아본 건 300만원이다. 그 외에 12년 정도는 수입이 불규칙해서 제가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더 열심히 뛰어서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많이 일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8시간 운전해서 7만원 정도 번 적이 있다. 반찬값이라도 번다는 위안이 되더라. 남편은 '가장으로서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아보였고,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더라"라고 토로했다.

아내는 4시간 내내 운전을 했고, 점심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이 차에서 간단히 주먹밥 몇 개로 끼니를 떼웠다.

아내는 식사 중에도 배달 전화를 받았고, 물도 음료도 없이 식사를 하다 말고 다시 일에 나섰다. 아내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음료도 잘 안 마신다"고 말해 오은영 박사와 MC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내와 달리 남편의 하루는 여유롭기만 했다. 출근 전 아내가 깎아놓은 사과를 먹고 집을 나선 남편은 사무실에서도 별다른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신혼 초에 생활비를 못 준다고 한 이유에 대해 "못 준다는 개념보다는 생활비를 한 달에 100만원, 200만원 이렇게 정해서 주질 못한다는 거였다. 사업을 하다 보니까 자본금이 적다보니까 계속 (수익을 자본금으로) 묶어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아내는 남편이 부담하는 아파트 대출금과 보험금까지 약 100만원을 제외한 모든 생활비를 혼자 감당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가계 지출에 대해서는 전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이들 부부에 대해 "경제적 이유로 갈등이 있는 부부들이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이 부부는 특이한 것 같다"며 "정말 가정 경제에 대해 전혀 의논하지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서로에게 요구도 안 한다. 상황이 안 좋으면 '큰일났다'고 얘기도 할 법한데 그런 얘기도 안 한다.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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