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중에 끌려가 고문…33년 만에 무죄[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3.09.25 05:3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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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영화 '변호인' 스틸컷 |
이날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부림사건으로 유죄 판결받았던 고호석(당시 58)과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 등 5명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사는 판결과 동시에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사법부가 가혹행위를 눈감고 인권의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피고인들에게 사죄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이끈 부림사건 1981년 6월 11일 부산대학교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데모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지검 공안부는 데모 사건의 배후로 부산의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지목한 뒤 모임에 있던 노재열, 고호석 등 학생과 회사원 20여명을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법 체포했다.
수사 기관이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가 반국가단체 행위에 해당한다며 누명을 씌운 것이다.
피해자들은 영장이나 구속통지 없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독방에 갇혀 범행에 관한 자술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이들은 체포 이후 구타와 고문에 시달리다 자백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해야만 했고 이들의 자술서 내용은 누군가가 불러준 내용을 받아 적은 듯 내용이 거의 같았다.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정권의 안보를 위한 도구로 쓰이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고 노무현, 김광일 등이 무료 변론에 나섰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기도 했다.
노무현은 변호인 접견 중 피해자 몸에 남은 고문의 흔적을 보고 충격을 받고 사건을 더욱 파헤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도 마치 자신이 공범 수준이 돼 격정적인 변론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수사기관의 고문 사실 등을 눈감은 채 피고인 모두에게 징역 5년에서 7년 사이의 중형을 선고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피해자들은 1983년 12월 전원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33년 만의 무죄 확정,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 판결
부림사건 재심 청구자 (왼쪽부터) 고호석, 최준영, 설동일, 노재열, 이진걸씨등 5명이 2014년 2월 13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
피해자 5명은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세월이 흐르고 2014년 2월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한영표)는 이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대법원 2부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33년 만에 얻어낸 무죄 판결이었다.
무죄 확정과 함께 법원은 부림사건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부장판사 김창형)는 2015년 11월 부림사건 피해자 2명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하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수사기관이 저지른 불법에 대해 사법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 판결로 조금이나마 피해복구가 되길 바란다"라고 사과했다.
2018년에는 부산지방법원 형사2부(최종두 부장판사)가 2016년 제기된 부림사건 피해자 10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계엄법에 저항한 피고인들의 행동이 "전두환 등의 헌정 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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