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살해 후 초등학교서 '탕탕'…26명 앗아간 참사[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12.14 05:30  |  조회 4618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2년 12월 14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 전경./AFPBBNews=뉴스1
2012년 12월 14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 전경./AFPBBNews=뉴스1

2012년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0명과 성인 6명이 숨졌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이었다. 오전 9시30분쯤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는 전쟁터에서나 들릴 만한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목격자에 따르면 한 남성이 초등학교 안에서 100발 이상 총을 쐈으며 그 소리가 마치 팝콘을 튀기는 듯했다고 전했다. 총소리가 퍼지자 학교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는 등 혼란에 빠졌다.



어린이 20명·성인 6명 사망… 美 총기범죄 사상 두 번째


범인은 검정색 군인 작업복에 조끼를 입고 무장한 상태로 학교에 도착했고, 가장 먼저 복도에서 마주친 교장과 학교 심리 교사를 살해했다. 이들은 회의 중 '팡팡팡'하는 총소리를 듣고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후 범인은 유리 창문을 부수고 진입한 뒤 교실 두 곳에 난입해 반자동 소총을 수분간 마구잡이로 난사했다. 범인은 화장실에 몰려 숨어있던 학생 15명과 교사 2명에게 무차별적으로 발포했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교사 2명, 학생 5명을 쏴 숨지게 했다.

피해자들의 몸에서는 적게는 2발, 많게는 11발의 총상이 발견됐고, 일부는 근접거리에서 총격을 입었다. 범인이 교실에 어린 학생들을 가둬놓고 총격을 퍼부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숨진 학생 26명 중 7명의 부검을 맡았던 코네티컷주 검시관 웨인 커버는 "귀여운 아동복을 입고 있던 1학년생 피해자들이 온몸에 총상을 입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현장에 경찰 테이프가 차량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모인 모습./AFPBBNews=뉴스1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현장에 경찰 테이프가 차량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모인 모습./AFPBBNews=뉴스1

샌디 훅 초등학교에 무장괴한이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는 첫 911 신고 전화는 오전 9시 41분쯤 접수됐다. 이에 SWAT팀을 동원한 경찰과 구급대원이 곧장 출동했지만 범인이 이미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였다. 이는 2007년 조승희의 총기 난사로 32명이 숨진 버지니아공대 사건에 이어 미국 총기 범죄 사상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참사였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잘 살고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는 코네티컷 지역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범인은 애덤 란자, 母 살해 후 총기 난사…범행 동기 미궁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의 유력한 용의자로 알려진 애덤 란자의 13살 당시(2005년)/사진=AFP/ABC=뉴스1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의 유력한 용의자로 알려진 애덤 란자의 13살 당시(2005년)/사진=AFP/ABC=뉴스1

범인은 애덤 란자(당시 20세)였다.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부촌에 살았던 그는 사회성이 부족해 또래에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였고,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천재' 소리를 듣기도 한 인물이었다.

애덤은 초등학교에서 무차별적 총기 난사를 하기 전 집에서 어머니 낸시 란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덤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포위되고 쫓기게 되자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건 희생자 26명에 애덤과 애덤의 모친까지 총 28명이 됐다.

애덤의 총기는 권총 2자루와 반자동 소총까지 총 3정이었다. 발견된 총기는 모두 애덤의 어머니 낸시가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덤이 단독으로 계획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파악됐으나 왜 샌디 훅 초등학교를 목표로 삼았는지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애덤은 현장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17세 되던 해 부모의 이혼을 겪고 어머니 낸시와 코네티컷에서 살았기에 가정 불화가 범행 동기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애덤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고 10대 때 우울증, 불안·강박 장애 등 인격장애를 앓았던 점도 알려졌으나 2014년 미국 아동보호국은 이같은 질병이 애덤의 살인 행위를 유발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범인에 맞선 어른들의 용기…아비규환 속 아이들 지켰다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소방서 밖의 임시 추모비에서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소방서 밖의 임시 추모비에서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학생 수가 500여 명이나 되는 학교에서 희생자 수가 더 늘지 않았던 것은 어른들의 희생과 용기 덕분이었다.

1학년 교사였던 빅토리아 소토(여·당시 27세)는 범인과 아이들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다가 총에 맞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총소리가 난 직후 선생님 지시에 교실 벽장에 숨었던 아이들은 목숨을 건졌다.

교사 케이틀린 로이그(여·당시 29세)는 총소리를 들은 뒤 교실 문을 잠그고 반 학생 15명을 화장실에 데려가 아이들을 지켜냈다.

또한 초등학교 사서인 메리 앤 제이콥(여·당시 52세)은 총소리를 듣자마자 아이들에게 "대피 훈련이 시작됐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 뒤 아이들을 창고로 대피시켰다. 바깥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철제 캐비넷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 단단히 대비한 그는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나눠줘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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