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관리하던 조상묘가 사라졌다…현실판 황당 '파묘' 사건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3.22 08:46  |  조회 9104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조상 묘를 파묘 당한 한 가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곽남길 씨의 조상 묘 4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건을 다뤘다.

곽남길 씨는 지난 2월 가족들과 전북 완주군의 선산을 찾았으나 부모님 묘와 증조부모님의 묘까지 총 묘 4기가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곽씨 가족이 80년간 관리해오던 선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곽씨의 아버지 때부터 80년간 관리해오던 선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곽씨 가족은 8년 전 곽씨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수시로 묘소를 오갔다며, 꽃나무도 직접 심으며 관리해왔다고 했다.

곽씨는 "누구한테 해코지한 것도 없어 더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CC(폐쇄회로)TV 영상은 영상 보관 기간이 만료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취재 중 제작진은 한 주민을 통해 누군가 그 땅을 팔기 위해 내놨다는 것을 전해듣게 됐다. 그러나 묘가 있던 선산 116번지는 곽씨의 소유였고, 그는 한 번도 땅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곽씨는 사건 두 달 전, 한 부동산에서 보낸 땅 매매를 권유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부동산에 땅 매매 여부를 확인해보니 선산 바로 옆 117번지 땅이 매매됐다고 했다.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117번지 땅 주인의 어머니인 나은혜(가명)씨는 해당 묘가 모두 자기 조상 묘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같은 묘를 두고 서로 자기 조상의 묘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나씨는 위성 사진상에도 봉분이 117번지 땅 안에 들어와 있다며 묘를 개장하기 전 지자체의 허가까지 받았다고 했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나씨가 제출한 위성 사진을 확인했을 뿐 현장 확인은 하지 않고 개장 허가를 해줬다고 밝혔다. 위성 사진을 확인해보니 봉분은 116번지와 117번지 사이에 걸쳐 있었다.

각별히 관리해온 조상 묘가 다른 곳으로 이장된 황당한 상황. 곽씨 가족들은 봉분이 옮겨진 곳을 찾았고 처참한 상태의 이장 상태를 보고 오열했다. 곽남길 씨는 "(매장된) 깊이가 20㎝밖에 안 됐다. 자기네 조상 묘라면 저렇게 하겠나. 탈골도 안 된 그런 분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신을 너무 얕게 묻어놔 비나 야생동물에 시신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시신 4구 중 3구는 개장한 직후 현장에서 화장해 이곳에 두 구씩 합장을 해둔 상태라 충격을 안겼다.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부모님, 증조부모님 등 조상 묘 4기를 파묘 당한 곽남길 씨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결국 116번지 땅 주인인 곽남길씨와 117번지 땅 주인 어머니인 나씨는 측량 조사를 받기로 했다.

측량 결과 묘 4기는 모두 곽씨 가족의 조상 묘임이 확인됐다. 완주경찰서 담당 형사들은 현장을 살펴본 후 "결론적으로 무덤은 다 116번지 쪽에 있었다"고 했다.

나씨가 위성 사진만 믿고 곽씨 가족 조상 묘를 잘못 파묘한 상황. 나씨는 "일반인들이 위성 사진을 보고 하지 측량 조사까지 하냐. 행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측량 조사관은 "위성도 어디에서 찍느냐에 따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제공 위성사진과 실제 측량 결과를 비교해본 결과 1.3m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포털사이트 역시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라'며 위성사진의 한계에 대해 고지하고 있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지적사업처 이덕주 팀장은 "(위성 사진과 측량 조사 결과는)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은 참고용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법적으로 매매한다든지 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정확한 측량을 하려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측량을 의뢰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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