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머리 자르고 가죽 벗겨…수천만원 악어백 끔찍한 민낯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9.02 11:08  |  조회 9237
/사진=국제 동물권 단체 '페타 아시아' 홈페이지
/사진=국제 동물권 단체 '페타 아시아' 홈페이지

수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악어 가방이 비윤리적인 도축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es)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동물 가죽을 이용한 상품 생산의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는데, 에르메스는 호주 등지에서 새로운 악어 사육 농장을 대규모로 조성하는 등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잠입 조사와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에서 밝혀진바, 에르메스의 럭셔리한 명품의 이미지와는 달리 동물 가죽 핸드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말 그대로 잔인하고 악랄하다"고 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잔혹한 악어 도축 과정을 폭로했다.

이들은 "악어의 피부를 벗기는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보기가 힘들다"며 "살아있는 악어의 코를 잡아 누른 후,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자르고 칼을 밀어 넣어 척추를 꼬리 밑부분까지 쭉 밀어 내린 다음, 생가죽을 벗긴다"고 전했다. 목이 반 이상 잘려 나간 상태의 악어가 작업대 위에서 피를 쏟아내며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도살 직전 전기 볼트 건을 머리에 쏜 후 척추의 척수를 절단하고, 뇌를 쇠꼬챙이나 칼 등으로 쑤셔 잔혹하게 살해하는데, 여전히 의식이 선명하게 남아 장시간 신체의 일부가 움직이는 모습이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악어들은 살아있는 동안에도 자연에서의 본성을 박탈당한 채 길러진다며 "최상의 가죽을 얻기 위해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며, 앞뒤로 몸의 방향을 바꾸는 것조차 힘든 좁은 철창에 감금 틀에 갇힌 채 사육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악어가죽 가방을 만드는 유해한 작업 환경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단체는 "악어 같은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는 경우, 인수공통감염병 등을 유발할 수 있고 가죽 공정 과정에서 수많은 유해한 화학 물질들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는 온상"이라며 "작업 환경 내의 노동자들이 유해 물질들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음은 물론,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핸드백의 원가가 고작 140만원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르메스가 극악무도하고 끔찍한 동물 학살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한다. 무고한 악어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살육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경매에 나온 팔라듐 하드웨어가 장착된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매트 화이트 히말라야 나일로티쿠스 크로커다일 버킨백 35의 모습. /AFPBBNews=뉴스1시되었습니다. 신디 오드/게티 이미지/AFP
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경매에 나온 팔라듐 하드웨어가 장착된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매트 화이트 히말라야 나일로티쿠스 크로커다일 버킨백 35의 모습. /AFPBBNews=뉴스1시되었습니다. 신디 오드/게티 이미지/AFP

악어가죽은 특수 가죽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힌다. 에르메스 악어 가방은 5000만~1억원대를 호가하며 명품 가방의 최상위 클래스로 평가된다.

에르메스는 미시시피 엘리게이터 가죽, 포로서스 크로커다일 스킨, 닐로티쿠스 크로커다일 스킨 등 다양한 악어가죽으로 제작된 가방을 판매한다. 에르메스는 악어가죽 소재에 대해 "살아있는 민감한 소재"라며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핸드백, 지갑, 부츠 등의 제품에 흠집이 없고 피부 조직이 고른 악어가죽만을 사용하며, 악어가죽 가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악어 3~4마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패션계에서도 점차 악어가죽을 비롯한 동물 가죽, 모피 등의 사용을 지양하는 추세다. 스텔라 맥카트니, 샤넬, 비비안 웨스트우드, 멀버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은 희귀동물 가죽, 모피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인 버킨백은 프랑스 팝 가수이자 영국 배우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본뜬 가방인데, 제인 버킨은 2015년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가방을 만들기 위해 악어들이 잔인하게 죽었다"며 '버킨백'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16일 동물권 단체 'PETA'(페타)의 활동가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악어 가면을 쓴 채 호주 멜버른에 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매장 밖에서 악어 가죽 사용과 에르메스와 LVMH가 호주 북부 준주의 악어 농장을 최근 인수한 것에 대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2021년 3월 16일 동물권 단체 'PETA'(페타)의 활동가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악어 가면을 쓴 채 호주 멜버른에 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매장 밖에서 악어 가죽 사용과 에르메스와 LVMH가 호주 북부 준주의 악어 농장을 최근 인수한 것에 대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앞서 에르메스는 2020년 11월 호주 북부 다윈 지역에 최대 5만 마리의 악어를 사육할 수 있는 대규모 악어 농장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에르메스의 2019년 사회적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이미 호주에서 악어농장 3개를 소유한 상태였다.

이에 동물권 단체 '페타'(PETA) 소속의 활동가들은 에르메스 매장 앞에서 악어가죽 핸드백 모양의 피켓을 들고 "가죽제품 반대"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후 2021년 호주의 한 동물 보호 자선 단체는 악어 농장에서 가죽을 얻어내는 끔찍한 영상을 공개하며, 패션 산업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기도 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호주 동물권 단체 '카인드니스 프로젝트'는 "우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패션 욕구를 위해 소중한 토종 야생 동물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것을 그냥 두고만 있을 수 없다"며 에르메스에 악어가죽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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