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아, 나 때려" 잊을 수 없는 한 마디…신해철 추억한 김종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10.11 06:26 | 조회
10044
가수 김종서. /사진=SBS '과몰입 인생사 시즌2' 방송 화면 |
가수 김종서가 고(故) 신해철과 심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과몰입 인생사2'에는 김종서가 출연해 故 신해철의 인생을 조명했다.
/사진=SBS '과몰입 인생사 시즌2' 방송 화면 |
이날 방송에서 김종서는 "'그대에게'가 세상에 나온 지 36년이 됐다. 지금 들어도 힙할 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명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살 신해철이 두꺼운 이불 속에서 들어가 기타 줄 사이마다 스펀지를 끼워 소리를 줄이고, 멜로디언을 불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뺨까지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분 만에 후다닥 만든 노래다"라고 1988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그대에게' 탄생 비화를 전했다.
'그대에게'로 주목받은 신해철에겐 여러 기획사의 러브콜이 왔지만, 대부분 밴드인 무한궤도가 아닌 신해철 한 사람을 원했다고. 그러나 신해철은 기획사에서 제시한 엄청난 계약 조건들을 거절했고, 조용필 매니저 출신이 이끄는 대영기획과 함께 무한궤도로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발표했다.
그러나 밴드 활동을 계속하려던 신해철과는 달리 멤버들은 "이 정도면 음악은 할 만큼 했다"며 각자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신해철은 어쩔 수 없이 홀로서기를 하게 됐고, 솔로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신해철이 선보인 곡 '안녕' '재즈 카페' 등은 발라드 위주 가요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이후 신해철은 솔로 활동을 중단하고 록 밴드 N.EX·T(넥스트)로 새롭게 시작했다.
또한 신해철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내일은 늦으리'라는 초특급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내일은 늦으리'는 그룹 N.EX. T, 서태지와 아이들, 가수 신승훈, 김종서, 이승환 등 당대 최고 인기 스타들이 참여한 환경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의 입장료는 우유 팩이었다. 분리수거 실천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던 것. 김종서는 "이 모든 것은 신해철의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공연 이후 선보인 앨범의 표지는 친환경의 상징이 됐다.
이후로도 신해철은 동성동본 연인, 대마초, 간통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했고, 라디오 방송 '고스트 스테이션'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팬들과 소통했다.
/사진=SBS '과몰입 인생사 시즌2' 방송 화면 |
이야기를 듣던 MC 이찬원은 김종서에게 "신해철 씨의 라디오를 들으셨냐"고 물었고, 그러자 김종서는 "사실 제가 그 시절에 신해철과 크게 다툰 무렵이었다. 서로 다른 것 때문에 부딪혀서 쌍욕이 오갈 정도였다"고 갈등을 고백했다.
김종서는 "오랫동안 서로 욕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해철이 저 녀석이 밉다. 근데 저 방송을 듣고 있더라. 저도 많이 위로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세월 해철이를 아꼈고, 좋아하는 동생이었기 때문에 형으로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화해는 하셨냐"는 질문에 김종서는 "시간이 흘러서 2014년이 됐고 서태지가 우리 둘을 불러냈다. 해철이가 보자마자 '엉아, 나 때려'라고 하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SBS '과몰입 인생사 시즌2' 방송 화면 |
이를 들은 MC 이용진은 "어떻게 보면 손을 먼저 내밀어 주셨다"고 반응했고, 김종서는 "몇 년간 반목했던 시간이 형으로서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다. (신해철, 서태지, 김종서) 셋이서 하려던 음반 작업을 준비했다. 녹음까지 다 마쳤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후 신해철은 복통을 호소했고 이후 사고가 나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신해철은 2014년 10월 17일 복강경을 이용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고열과 복통으로 같은 달 22일 병원에 다시 입원했으나 심정지가 왔다. 심정지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신해철은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지낸 지 5일 만인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