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쓰레기통 속 변사체, 한인이었다…'누가·왜' 37년째 물음표[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5.02.14 06:00  |  조회 10897
/사진=미국 조지아수사국(GBI)
/사진=미국 조지아수사국(GBI)
1988년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로 들뜬 미국 현지에서는 조지아주 밀렌의 한 쓰레기 수거함에서 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밀렌 제인 도'(Jane Doe, 신원미상 여성 변사체)라고 불리던 해당 시신은 35년이 흐른 뒤 조지아주 하인스빌에 거주하던 한국인 여성 김정은씨로 밝혀졌다. 실종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였다.

신원은 밝혀졌지만 누가 그를 살해했는지, 왜 죽였는지 등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유력 용의자인 실종 당시 김씨 동거남인 미국인 남성은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변사체, 발견 당시 와이 감긴 나체+이불로 감싸 여행용 가방에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
발견 당시 나체 상태였던 시신은 발목에 전깃줄 같은 와이어로 발목이 묶여 있었다. 시신은 침구와 이불에 싸여 대형 여행 가방 안에 담겨 있었다.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신에서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약물 반응 결과 역시 음성으로 나왔다. 당시 미국 조지아수사국(GBI)은 피해자가 질식사한 지 4~7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조지아수사국은 시신 지문과 치아기록 등을 채취해 실종자 명단과 대조하는 동시에, 시신 몽타주를 제작해 전단을 배포했다. 수사 당국이 당시 배포한 몽타주 속 여성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큰 눈, 고르지 않은 치열,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같은 노력에도 수사 당국은 시신 신원을 찾지 못했다. 유전자 정보(DNA) 기술을 활용했지만 당시 기술 수준이 미흡했던 탓에 성과가 없었다. 다만 아시아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만 얻었다.


35년 만에 밝혀진 신원, 26세에 실종된 한인 김정은씨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
2023년 10월23일(현지시간) 35년 만에 GBI 측은 DNA 감식 기술을 통해 김씨 신원을 밝혔다. DNA 검사회사인 오스람에 법의학 증거를 보낸 뒤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로 신원을 파악했다.

다만 수사 당국은 김씨가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GBI에 따르면 김씨는 1981년 20세 나이에 경기도 평택에서 만난 미군과 결혼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김씨는 결혼 2년 만에 이혼한 뒤 라운지 바 종업원으로 일하며 동네 시장 아들 마이클과 만났다. 마이클은 15살 연상으로 정신적인 장애를 앓고 있었다. 김씨는 마이클 아버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마이클과 함께 살게 됐다.

이후 라운지에서 히스패닉계 미군 조를 만나게 된 김씨는 사랑에 빠졌고 마이클과 한 집에서 셋이 동거하는 기이한 생활 방식을 보였다. 김씨 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조와 결혼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110㎞ 남짓 떨어진 작은 도시 밀렌 쓰레기 수거함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범인 아직도 못 잡아…지인들 의심 산 동거남 '조'는 자취 감춰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2023년 12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문가들은 김씨가 나체로 발견된 것에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옷을 벗겨 신원 파악이 어렵게 만들고 범인 자신이 용의선상에 오르는 것을 막은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의 시신은 이불에 싸여 이민 가방에 들어있었다. 김씨의 지인들은 "당시 유행했던 이불이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한국 사람들이 선물도 많이 했다"며 "가방은 한국에서 온 거다. 80년대 한국 이민자에게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1998년 사건 10년 뒤 재감정 결과 갈색 카펫 섬유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김씨 지인들은 "김씨가 살던 트레일러에 갈색 카펫을 깔아 놓은 것을 기억한다"라고 증언하며 동거남 조를 범인으로 의심했다.

평소 조는 라운지 바에서 일하는 김씨 모습에 질투해 다툼이 많았다고. 또한 결혼까지 약속한 동거녀가 사라졌음에도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고 조 역시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밀렌 뉴스 편집장은 "밀렌을 사이에 두고 있는 도시 오거스타와 하인스빌에는 각각 큰 미군 기지가 있다. 두 기지를 연결하는 25번 고속도로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된 걸로 봤을 때 김씨 동거남이자 미군이었던 조가 해당 지역을 알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수사 당국은 현재도 범인 흔적, DNA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살인에 대한 시효가 없기 때문에 수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

MO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