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을 사탕처럼 먹으며 버텨"…해발 3500m 산에 갇힌 中남성 극적구조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2.28 10:46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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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서부 산시성의 친링산맥 일대를 홀로 등반하던 A(18)씨가 실종 10일 만인 지난 17일(현지시간) 구조됐다. /사진=중국 지무뉴스 |
2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지무뉴스에 따르면 평균 해발 고도 3566m 달하는 중국 북서부 산시성의 친링산맥 일대를 홀로 등반하던 A(18) 씨가 실종 10일 만인 지난 17일 구조됐다.
지난 8일 홀로 등반에 나섰던 A씨는 등반 4일 만에 위치 측정 장치 등 전자기기 배터리가 소진돼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종이 지도가 없었던 A씨는 방향도 모른 채 산속에 갇혀버렸다. 개울을 따라 하류로 걷던 중 여러 번 넘어져 오른팔이 골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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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서부 산시성의 친링산맥 일대를 홀로 등반하던 A(18)씨가 실종 10일 만인 지난 17일(현지시간) 구조됐다. /사진=중국 지무뉴스 |
추위와 굶주림 속 극심한 정신적 피로와 탈수로 시·청각적 환각을 경험하기도 했다. A씨는 '조금만 더 버텨, 넌 꼭 나갈 수 있을 거야'라는 환청이 들리는가 하면 옆에서 누군가가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A씨는 불을 피워 연기를 낸 뒤 도와달라고 외쳤고, A씨 가족의 요청으로 수색에 나선 지역 구조대원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다. A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약 10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등반하던 곳은 친링산맥의 아오산과 타이바이산을 연결하는 170㎞의 '아오타이 라인'이다. 예측불허 날씨 탓에 중국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5대 하이킹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2001년 이 길이 대중에게 알려진 이후 지난 20년간 이 코스에 도전한 등반객 50여 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지난해 7월에는 이 코스를 등반하다 길을 잃고 산에 갇힌 25세 청년이 실종 한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A씨는 이곳에서 길을 잃은 후 구조된 첫 사례다.
이곳에서 사고가 이어지자 2018년 지역 당국은 해당 지역 출입을 금지했고, 위반 시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일부 모험을 즐기는 등반객은 코스 등반에 도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등반에 푹 빠진 A씨는 지난 1년간 중국의 유명 설산(雪山) 세 곳을 성공적으로 등반했고, 아오타이 코스에도 단순히 "도전하기 위해" 등반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오타이 코스가 출입 금지된 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조된 이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건 이후 공포에 질렸다"며 "이 지역은 등반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 바람이 너무 강해 등산용 워킹 스틱 두 개로 지지했는데도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림 같은 경치도 없고, 날씨도 갑자기 바뀐다"며 "아오타이 코스에 도전하려는 모든 산악인에게 당부드린다. 생명은 소중하니 절대 가지 마시라"라고 당부했다.
A씨를 구조하는 데에는 30명 이상의 구조대원이 동원됐고, A씨 가족은 구조 비용으로 8만위안(한화 약 160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구조대 측은 "잠재적인 등반객을 막기 위해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코스에서는 곰, 멧돼지 등 위험한 야생동물과 마주칠 수 있다. 구조 작업 중 구조대 일부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며 아오타이 코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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