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코리아 실적 추락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늘었다"

매출, 영업익 2년 연속 감소세…병행수입과 직접구매 등으로 소비자 몰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04.10 06:00  |  조회 5099
구찌그룹코리아의 실적이 2년째 하락세다. 소비자들이 병행수입이나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다 "명품은 당연히 비싸야 한다"는 인식도 이제는 바뀌고 있어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찌그룹코리아의 2013년 매출은 2425억원으로 지난해 2558억원 대비 5.1% 감소했다. 이 회사의 2012년 매출도 전년대비 13.5% 줄었기 때문에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구찌그룹코리아의 2013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7% 줄어든 283억원에 그쳤다. 2012년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2.6%나 급감했다. 2년만에 영업이익이 40% 급감한 것이다.

금융위기 같은 극심한 침체기에도 실적을 키운 구찌그룹코리아여서 이 같은 실적부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은 2007~2009년 구찌그룹코리아 매출은 94.4% 늘었고 영업이익은 326% 급증한 바 있다.

구찌그룹코리아는 "최근 매출이 줄어든 것은 맞다"며 "하지만 2013년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이룬 한 해였다"고 밝혔다. 홀스빗과 뱀부 등 구찌를 대표하는 상징 제품들의 매출이 큰 폭 늘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찌그룹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5.5%, 2012년 12.1%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2013년에는 11.6%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에 구찌그룹코리아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최근 병행수입과 직접구매로 저렴하게 사치품을 구입하려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병행수입 및 직접구매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추정된다. 2012년 이전만 해도 사실상 매출이 제로였던 시장이었다. 게다가 사치품이 지나치게 많이 팔려 희소성이 반감된 것도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구찌그룹코리아는 올 초 다른 사치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릴 때도 이례적으로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고객 부담을 의식해 올해부터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수입원가 200만원 이상인 핸드백에 대해 추가로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을 올린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페라가모와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구찌코리아는 지난해까지는 다른 사치품 브랜드와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함께 올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구찌코리아의 실적 둔화는 콧대 높은 명품업체들에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전처럼 고객들을 의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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