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M&A 시장, '큰 손'으로 떠오른 한국

[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6회 ①>제일모직·이랜드 등 명품브랜드 인수 시동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4.07.04 06:05  |  조회 8809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이랜드가 인수한 이탈리아 브랜드 '코치넬리'의 중국 매장 전경/사진제공=이랜드
이랜드가 인수한 이탈리아 브랜드 '코치넬리'의 중국 매장 전경/사진제공=이랜드

패션의 변방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패션 브랜드를 속속 인수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 브랜드뿐 아니라 오랜 역사와 명성을 겸비한 명품 브랜드까지 인수해 글로벌 명품 사업에 한국 기업들도 속속 가세하고 있다.

◇韓 국적으로 갈아탄 명품…글로벌 시장 '정조준'

최근 수년간 한국 패션업계에는 유독 해외 인수·합병(M&A) 소식이 잦았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전통의 명품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이하 콜롬보)를 인수했다. 콜롬보는 1937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피혁 브랜드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든 악어가죽 핸드백으로 유명하다. 1970~1990년대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며 이름을 높였다. 제품 가격도 600만~5000만원선으로 고가다.

신원은 2012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거머줬다. 로메오 산타마리아는 1947년 밀라노에서 탄생한 피혁 브랜드로 가격대는 악어가죽 핸드백의 경우 1700만~3000만원에 달한다. 타조가죽 핸드백도 6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이 브랜드는 1987년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을 넘어 미국과 일본, 남아프리카에 진출했고, 최고급 가죽 제품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이들 기업 인수로 제일모직과 신원의 해외 명품시장 진출 계획은 장밋빛이다. 우선 콜롬보는 올해 홍콩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고 시장성을 점검한 후 아시아 부호들이 밀집한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로메오 산타마리아도 내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아시아 마케팅을 강화할 태세다.

(왼쪽)콜롬보의 디 누오보 W.스트리트 G, (오른쪽 상·하단)콜롬보의 오데온 32, 디 누오보 W.스트리트 클러치/사진제공=제일모직
(왼쪽)콜롬보의 디 누오보 W.스트리트 G, (오른쪽 상·하단)콜롬보의 오데온 32, 디 누오보 W.스트리트 클러치/사진제공=제일모직

◇M&A는 계속된다…글로벌 '큰 손' 등극

중국에서 신흥 명품으로 손꼽히는 MCM과 루이까또즈는 유럽 태생 브랜드이자 한국 기업으로 손바뀜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2006년 한국 기업 태진인터내셔날이 사들였다. 루이까또즈는 한국 사업으로 외형을 키웠고, 최근에는 중국 시장으로 보폭을 넓혀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성주그룹은 2005년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했다. MCM은 루이까또즈와는 달리 해외 사업에 주력해 인지도를 쌓은 경우다. MCM은 중국에서 '국민 백'으로 불리며 매년 200% 이상 초고속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고, 유럽에서도 최근 3년간 매출이 평균 70% 이상 신장하고 있다.

패션가 M&A의 큰 손으로 꼽히는 이랜드는 유럽에서만 라리오(2010년), 만다리나 덕(2011년), 코치넬리(2012년) 등 총 7개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 코치넬리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신흥 시장은 물론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매장을 열며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 M&A에 한국 기업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한국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특히 한국으로 국적을 갈아 탄 글로벌 브랜드들이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매출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추가로 해외 업체들이 한국 패션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패션업체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예전과 달리 능력 있는 구매자로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많은 유럽의 패션기업들은 은근히 한국 업체들이 인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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