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불이 만든 '달' 보러가세~

이헌정 개인전 '26번째 여행-손'··· 박여숙화랑서 13일 개막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4.03.05 05:14  |  조회 6059
달항아리, 백자, 2013 /사진제공=박여숙화랑
달항아리, 백자, 2013 /사진제공=박여숙화랑
집, 35x25x28cm, 콘크리트 위에 옻칠, 2014 (왼쪽).  합, 55x30x30cm, 도자기 위에 옻칠, 2014 /사진제공=박여숙화랑
집, 35x25x28cm, 콘크리트 위에 옻칠, 2014 (왼쪽). 합, 55x30x30cm, 도자기 위에 옻칠, 2014 /사진제공=박여숙화랑
매끈한 도자기 표면에 옻칠이 더해졌다. 그 위에 자개 장식이 입혀지기도 했다. 단아하게 놓인 합이나 달항아리를 보고 있자니 전통과 어우러진 세련된 현대미가 눈을 즐겁게 한다.

설치미술과 조형 도자, 생활도자기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이헌정 작가(47)의 작품이다. 그는 오는 1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26번째 여행-손’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이 작가는 윤광조 작가와 나란히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 선정되어 국보 분청사기 6점과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의 분청사기 특별전’에서 한국 도예가 최초로 전시했다. 또 그의 작품은 2009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와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눈에 띄어 그 자리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약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가 손으로 문지르고 광을 내어 옻칠을 한 것부터 그릇 같은 생활도자와 일그러지고 깨진 달항아리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바람에 마르고, 불에서 찌그러지는 것도 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며 ”일부러 작품을 깨거나 변형시키기보다 가마에서 저절로 깨지고 찌그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달항아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완벽한 원을 추구하다가 어느 순간 놓아버리고 자연을 수용하잖아요. 그런 감수성 때문인 것 같아요. 완벽한 기술을 보여주려는 일본이나 자연보다 더 크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어느 순간 놔버리고 자연의 일부가 되려는 감성이 존재하죠. 그런 면에서 달항아리가 지닌 감수성에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그는 또 달항아리가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지거나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일그러진 달항아리 작업에 대해서는 “전통의 가치에 현대적인 특성을 연결시키며 현대적으로 비틀어 보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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