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H&M, '한국화' 실패로 추락
공격투자 판매가 못 받쳐줘… "국내 소비자 취향 고려하지 않은 결과"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3.04 06:0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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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가로수길 매장/사진출처=H&M 홈페이지 |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의 지난해(2013년 12월~2014년 11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6.7% 감소한 33억 원에 머물렀다. H&M의 영업이익이 2013 회계연도에도 53.7% 하락한 62억 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성장을 거듭하는 해외 SPA 브랜드에서 이 같은 실적부진은 이례적이다.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의 영업이익은 2012~2014년 연 평균 34% 증가했고, 스페인 자라는 2012~2013년 11.4% 성장했다. 2014년 실적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H&M의 수익 추락은 공격적인 매장 확대를 실제 판매가 뒷받침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H&M은 지난해 6개 매장을 열었다. 2009~2013년간 매년 평균 3개 매장을 개설한 점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두 배의 투자를 한 셈이다.
하지만 H&M의 지난해 매출액은 1383억 원으로 전년대비 12.8%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9~2013년 평균 매출액이 46%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장 투자가 집중된 지난해 매출 성장세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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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실패가 H&M 부진의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유니클로, 자라에 비해 화려한 H&M의 제품 콘셉트를 아시아에서도 보수적인 국내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라는 것. 일각에서는 H&M 한국 지사 특화제품 전담 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H&M은 아시아 시장에서 단일 국가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 매출 성장 폭이 가장 낮았다. '성숙 시장'으로 분류되는 일본 지사의 지난해 매출 성장폭이 한국보다 8%포인트 높은 21%였다. 그만큼 국내 지사의 상품 기획력 및 영업력이 뒤쳐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 제품의 독특함에 관심을 갖던 소비자들이 브랜드 출시 5년을 넘어 피로도를 느끼는 것 같다"며 "소비자 취향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영업 회복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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