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식었나?"…연락 뜸해진 남자친구의 이유 있는 변명

[김정훈의 '없는 남자'<4>]간섭없는 남자-관심과 간섭의 경계…연락 횟수와 사랑의 상관관계는?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정훈 칼럼니스트  |  2015.09.25 14:05  |  조회 26353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이고 남자들이 문제란다. 오프라인에선 소극적인 남자들을 향한 여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온라인에선 남성들의 전투적인 악플이 연애와 사랑의 근간을 후벼판다.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왜 그리 불만이 많은지. 결핍 있는 남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춰주는 'OO 없는' 남자 이야기.
/사진=Martin Cathrae in Flickr
/사진=Martin Cathrae in Flickr
여러분과 연락중인 남자는 아래와 같은(혹은 비슷한) 질문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뭐해? 밥은 먹었어?' '어디야? 난 잠시 쉬러 나왔어.' '컨디션 괜찮아? 일이 많니?'

계산이 힘들지도 모르니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다. 그가 위와 같은 문자를 보내는 빈도가 얼마쯤 돼야 진심으로 당신에게 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 하루 세 번은 해주면 좋을 듯싶다. 6시~12시, 12시~18시, 18시~24시로 구간을 정해 기계처럼 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방 하루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일상에 대해 적어도 한 번씩은 궁금해 해야 성실한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까?

그러니 위와 같은 질문이 거의 없는 남자를 만나면 애가 탄다. 술에 취한 밤에만 뭐하냐는 문자를 보내는 남자.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그저 힘내란 문자하나 보내고 마는 남자. 내 스케줄에 대한 질문은 없이 자기 멋대로 약속을 잡는 남자. 그런 남자가 과연 진심으로 날 좋아하는 건지. 본인의 욕구충족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집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니까 연락하는 거야.'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 해도, 어장 속 물고기가 된 듯한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그가 엄청난 가두리 양식업자일거란 불안감도, 사랑을 갈구하며 느끼는 고독감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을 겪고 있는 여성들은 '내게 관심이 있다면서 왜 간섭하지 않죠? 무관심보단 간섭이 더 좋지 않나요?'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이 같은 바람은, '날 사랑한다면서 왜 이렇게 못 믿고 간섭을 하는 거죠? 그건 집착이지 사랑이 아니잖아요.'와 같이 정반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들었을 땐 기겁할 노릇이다. 매 시간마다 위치를 파악하고, 뭐하고 있는지 꼬박꼬박 질문을 해 오는 연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비단 남성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하루의 매 순간을 나노단위로 공유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집착을 보이는 남성들도 의외로 많다. "꺅! 그렇게 집착 해주는 남자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여성들은 글쎄. 집착의 무서움을 아직 못 겪어 봐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진=alubavin in Flickr
/사진=alubavin in Flickr
아무튼 간섭을 해주지 않거나 간섭받기를 귀찮아하는 남자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여성상담자들의 비율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은 건 사실이다. 진화생물학적 근거를 통한 남녀의 본성 차이 같이 뻔한 얘긴 않겠다. 중요한 건 간섭을 하지 않는 그의 정체니까. 무작정 투정 부리는 피곤한 여자가 되기 싫다면 다음의 3가지 경우를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간섭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 연락하는 빈도나 방식 차는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귀가가 늦는 아버지를 새벽까지 기다리는 어머니와 그렇지 않은 어머니, 그런 회식자리에서 꼬박꼬박 가족에게 연락을 해주는 아버지와 그렇지 않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남자들의 가치관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정환경을 살피라는 얘기가 이런 연유다.

감정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자라온 환경에 따라 간섭을 귀찮게만 생각하는 남자들도 많다. 본인은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간섭을 요구하는 당신을 집착녀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들은 각자의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관계야 말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의 완성형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시비비는 가릴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을 경우엔 환불하는 편이 낫다. 결국엔 옷이 찢어지든 내 맘이 찢어지든 둘 중에 하나가 될 뿐이니까.

2. 단순히 게으른 경우: 연락하지 않는 남자의 속내를 100% 파악하긴 어려운 일이다. 그도 모르고 그의 부모님도 모르는 그 진심의 정체를 우리가 완전히 알 순 없다. 확실한건, 그가 게으를 확률이 높다는 거다. 세상엔 게으른 남자가 많고 본인이 그런 남자임을 모르고 있는 경우는 더 많다. 그런데 우린, 아무리 게으른 본성을 갖고 있던 남자라도 진심으로 반한 여성에겐 본성을 져버릴 정도의 부지런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그가 당신에게 얼마나 반했는지, 그의 게으름의 정체가 뭔지 굳이 판단하려 들지 말자. 1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게으른 남자는 당신이 거절하면 될 뿐이다.

3. 간섭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드물긴 하지만, 잘 하지도 못하는 연락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다. 일상에 대한 질문을 규칙적으로 하긴 하는데 당신에게 어떤 감흥을 주고 있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이들은 관심과 간섭의 경계를 구분 짓는 센스가 부족한 남자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을, '그 근처에 맛 집 있다던데. 가봤어?', '요즘 우리 회사에선 이거 먹는데, 너희도?'라는 식으로 다양하게 응용시켜 물어 볼 수 있다는 걸 모른다. 그래서 아예 물어보길 두려워한다. 혹은 성의 없이 기계처럼 느껴지는 문자만 내리 보내기도 하고. 이런 서툰 남자를 잘 키우면 충실한 포로로 만들 수 있겠지만, 아마도 당신이 먼저 그를 떠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사진=andrew.wippler in Flickr
/사진=andrew.wippler in Flickr
어느 경우가 됐든지 여성들이 서운한 이유는, '왜 사랑하는 나를 위해 본인을 바꾸지 않느냐.'에 대한 불만으로 일축된다. 이건 역지사지로 생각해 스트레스를 줄여보자. 그 남자 역시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당신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지나친 간섭을 즐길 필요는 없다.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사랑라고 해도, 따뜻한 관심과 부담스런 간섭은 다르다. 더군다나 간섭이 잦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 자체를 사랑하는 자기애가 강할 확률이 높다. 그 역시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이 같이 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본인의 뜻대로 연애의 모양이 완성되지 않으면 과한 화를 낼 위험도 있다.

관심은 분명 사랑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모든 간섭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과 집착, 자유와 방종, 간섭과 관심의 경계를 재단하는 저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인건, 우리 모두 그 저울을 갖고 있단 사실이다.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다보면 본인이 가진 저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돼 있다. 너무 뚜렷해져 버린 저울로 인해 피곤해지는 일만 경계하면 될 것 같다.

다시 질문하겠다. 여러분은 당신 곁에 있는 연인의 일상적인 연락 횟수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반대로 여러분은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주고 있을 것 같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금 귀찮아도, 내 가치관에 조금 위배되더라도, 오늘은 3번 다 했단 생각이 들더라도, 상대를 위해 '오늘 힘들었지? 밥은 챙겨먹었어?'라고 문자 한 번 보내보는 건 어떨지.

"애정 식었나?"…연락 뜸해진 남자친구의 이유 있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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