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필요한 2016년…초록숲을 기다리는 이유
[김은혜의 노닐다<4>] 전라남도 화순 '숲정이'를 추억하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은혜 칼럼니스트 | 2016.01.10 09:31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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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것들에서 낯선 무언가를 보거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곳저곳 방방곡곡을 노닐다.
/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
지난 봄에는 숲을 찾아 무작정 전남 화순으로 떠났었다. 화순은 근처의 광주와 담양만큼 관광이나 방문으로 이름난 곳은 아니기에 더욱 매력적이기도 했다. 화순에는 적벽부터 시작해서 운주사, 고인돌 등 볼거리가 많지만 나의 목적은 숲이었기에 숲정이 마을을 찾아 길을 나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상아색의 낡은 건물에 또박또박 쓰인 화순터미널이라는 검은 글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군내를 천천히 거닐다 시장입구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애호박국 한 그릇을 먹고 동북면 연둔리 둔동 마을에 있는 숲정이로 향했다.
숲정이라는 말은 마을 근처 숲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둔동마을 옆에는 동북천이 흐르는데, 1500년대에 마을이 형성되고 나서 여름철 홍수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내천 옆에 700미터 정도 이어진 숲길이 바로 숲정이다. 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저 멀리 다리 건너 초록빛으로 이어진 길이 보였다. 나는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작은 다리를 건너 숲정이로 향했다.
/사진=김은혜 칼럼니스트 |
숲길을 다시 돌아 뒤쪽에 있는 마을로 향해본다. 강아지와 길고양이, 그리고 밭일을 하러 가는 모녀를 지나쳐 마을의 큰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던 찰나 한 할머니께서 대문을 열고 내 곁에 앉으신다. 뭐 볼 게 있어서 그 먼 데서 여기까지 왔냐고 여쭤보신다. '여기 숲정이를 보러 왔어요'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할머니께서는 "조용하게 편히 쉬다가 가라"며 웃으면서 말씀해주신다. 숲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고 숲 안에서 쉬러 온 것은 어떻게 아셨는지. 나 역시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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