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즐기는 2030, 백화점 문화센터로 '진격'

신세계백화점 2030 아카데미 회원 비중 65% 달해…'주부들의 배움장' 이미지 탈피 중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7.12.26 15:57  |  조회 12333
'워라밸' 즐기는 2030, 백화점 문화센터로 '진격'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씨(여·30)는 최근 회사가 마치면 바로 인근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파스타'를 만들러 가는 것.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는데 만들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씨는 "신부수업이냐고 주위에서 묻는데 전혀 아니고 혼자서라도 잘 차려먹고 살고 싶어서 배우는 것"이라며 "해보면 뿌듯하고 재밌어서 남자분들도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씨(28·여)는 '플라워 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박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예쁜 작품하나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서 힐링된다"며 "접근성이 좋고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들을 주고객층으로 교양의 장을 마련해주던 백화점 문화센터에 2030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순간을 즐기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세대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찾아서 백화점 '문센'에 몰리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올들어 취미 생활을 위해 문화센터 강좌를 수강하는 20~30대 고객이 지난해보다 150%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전체 문화센터 회원 중 2030 회원의 구성비도 지난해 13.8%에서 올해 34.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30 회원이 증가로 문화센터 회원 수는 올해 5% 신장,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폭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18년 봄 학기부터는 퇴근시간인 오후 5시 이후 진행하는 강좌 수를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요가, 발레, 악기 연주, 미술 등 문화예술 강좌와 독서, 외국어 등 취미 강좌들을 증설할 계획이다. 고객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오는 1월 2일부터 8일까지는 엘포인트 앱을 통해 문화센터에서 듣고 싶은 강좌를 직접 추천 받아 봄 학기 기획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1월6일부터 이틀간은 영등포점 문화홀에서 '롯데 우먼스 피트니스 프로젝트'를 연다. 이틀 간 2030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요가, 피트니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한다. 모델 이연, 트레이너 양정원 등 2030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강연자들이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인문학 '토크 콘서트' '게임' '뷰티' '덕후 문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영환 롯데백화점 마케팅담당 상무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좌를 듣고 있는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등록회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강좌를 듣고 있는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등록회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도 2030 문화센터 회원 비중이 지난해 28.1%에서 37.1%로 큰 폭 늘었다. 20~30대 고객 신장률은 전년 대비 98.2%에 달해 두배 가량 늘었다.

요가, 피트니스, 발레 등 건강, 몸매관리와 관련된 강좌나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에 업로드할 수 있는 꽃꽂이, 요리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강좌의 수강 회원은 80% 이상이 20~30대 여성이다.

최근에는 자세교정과 다이어트가 가능한 '다이어트 발레핏' 빠른 비트의 역동적인 EDM에 맞춰 흥겹게 진행되는 'EDM 요가 플라이트'를 비롯 크리스마스 단기강좌, 유러피안 플로랄 디자인 강좌 등이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2030고객들이 큰 폭 늘었다. 전체 회원 중 20대가 12.9%, 30대가 52.2%로 총 65.1%를 차지한다. 회원수는 20대와 30대가 각각 전년 대비 57%, 17% 급증했다.

신세계는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올들어 젊은층을 공략한 강좌를 대폭 강화했다.

패션스타일링, 시코르 MD연계 트렌드 메이크업 강좌, 향수 강좌 등 패션·뷰티 강좌를 비롯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법을 소개하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직장인을 위한 저녁시간 또는 주말 1일 2클래스 패키지도 호응을 얻었다.

'알뜰소비'를 지향하는 2030이 찾는 직장인, 신혼부부, 싱글들을 위한 맞춤형 실속 제테크 강좌를 비롯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며 '그린인테리어' '천연화장품' '커스텀 마스크 제작' 등 '안티폴루션' 강좌도 호응을 얻었다.

향후 SNS 인기스타를 강사로 적극 영입하고 홈트레이닝이 가능한 트렌디 운동법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계획이다. 1인가구 증가에 따른 1인 라이프스타일 '혼자의 기술'을 제안하는 '미니멀인테리어' '1인 레시피' 등 강좌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주부 수강생들 중심에서 벗어나 저녁 시간을 활용해 수강하려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며 "향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수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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