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살래" 오열하는 母…12살 큰딸 '이상형' 들은 전문의의 우려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2.10.18 13:11  |  조회 43047
/사진=SBS플러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플러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 방송 화면 캡처

삶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무기력한 엄마와 그의 역할을 대신하다 '가짜 어른'이 된 12살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플러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 2'(이하 '우아달 리턴즈')에서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물건이 가득하고 지저분한 집에서 아이들끼리 먹고 자는 모습이 공개됐다.

곰팡이 생긴 칫솔, 물 쓴 흔적이 전혀 없는 욕실, 소변 실수를 해도 씻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 역시 "이건 방치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12살 큰 딸은 엄마가 집에 있는 데도 직접 김밥을 사와 끼니를 떼우는가 하면 청소를 하고 밥을 하는 등 집안일을 챙겼고, 8살, 3살 동생들을 챙겼다.

반면 엄마는 하루 대부분을 한 자리에 앉아 휴대폰만 지켜봤다. 무기력함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들이 싸우거나 밥을 먹다가 흘려도 나서지 않고 "왜 그러니? 그만해"라며 말로만 대처했다. 종이를 찢어 입으로 넣는 둘째의 모습에도 "그러지마" 정도로만 만류하는 등 제대로 된 양육자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남욱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집이 무질서한 상태인데, 부모가 개입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엄마는 바닥에 주저앉아 "그만 살고 싶다"고 오열하는 등 삶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엄마는 첫째 딸 앞에서 "엄마가 언제까지 네 곁에서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냐. 엄마 아파서 죽는 꼴 보고싶지"라며 눈물을 쏟기도 한다.

김남욱 전문의는 "아이한테 엄마는 세상의 전부인데,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말을 한 것"이라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SBS플러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플러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 방송 화면 캡처

위생 관념과 집안 규칙이 없는 상태의 세 아이는 건강·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이는 엄마로부터 시작된 문제였다. 그러나 엄마는 오랜 시간 뇌전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어 무기력한 상태였다.

김남욱 전문의는 엄마의 상태에 대해 "낮밤 안 가리고 항상 무기력한 비정형 우울증"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졸음과 무기력함을 유발하는 뇌전증 약 기운 때문에 더욱 더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들었던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아이들의 심리 상담 결과, 첫째와 둘째는 소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아이들은 우울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가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아이들이 미래나 대인관계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거절 당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김남욱 전문의는 특히 큰딸이 "내가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라고 말한 데 주목했다.

김남욱 전문의는 "첫째가 1:1 상담에서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돌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건 지금 당장 가족 중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이미 '가짜 어른'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첫째는 남에게 희생당하기 쉬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첫째는 인정, 애정의 욕구가 강한데 여태까지 이 아이는 엄마 역할을 하며 참으면서 인정받은 것 밖에 없다. 자기 의견을 주장하거나 나쁜 의견을 얘기했을 때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야 대인관계에서 실수해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둘째는 지능이 낮게 나오고, 산만하고 충동 조절이 안 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산만하고, 구조화가 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 학습하면서 전체 지능이 경계선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집안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전문가들은 함께 생활 계획표를 작성해 규칙을 지키는 자기조절력을 키우기로 했고,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연습을 했다. 또한 엄마와 딸은 속마음을 털어놓는 1:1 대화 시간을 가졌다.

엄마는 '아픈 엄마'에서 '아파도 힘든 엄마'가 되기로 다짐했고, 다정한 엄마로 변신했다. 위생 개념도 싹 달라졌다. 귀가 후에도 손을 씻지 않던 아이들이 손을 씻는 등 청결한 가족으로 변신했다.

한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출동해 '직접 찾아가는 육아코칭'을 콘셉트로 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는 SBS플러스와 LG유플러스의 공동 제작으로, 매주 월요일 밤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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